- 249일간 18개국 방문하며
- 외로움 벗 삼아 인생을 체득
- 인기 끈 페북 여행담 책으로

"여행 전에는 학교 수업 때 질문 하나 못 할 정도로 수줍음이 많았습니다. 한계를 쉽게 인정하곤 했죠. 이제 저 스스로 이렇게 말합니다. 혼자 249일간의 세계여행도 다녀왔는데, 고작 이것 하나 못 해낼까."

이승아 씨는 "저처럼 겁많고 소심한 사람도 세계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많은 이가 공감해줘서 책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승아(여·25) 씨는 2015년 10월부터 9개월간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등 18개국 26개 도시를 방문한 뒤 여행책 '쫄보의 여행'을 썼다.

이 씨는 부경대 경영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 지난 4월 책이 출간되자 온라인 매체의 신간 목록에 등재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 덕분에 이 씨는 다양한 단체에 초빙돼 강의를 하고 해외를 돌며 콘텐츠를 만드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책 출간 전후 달라진 게 무엇인지 묻는 말에 대해 16일 이 씨는 "여행 관련 일을 해야겠다는 소망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과거보다 더 바빠졌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여행을 통해 얻은 게 더 많다"며 "메모장에 빼곡하게 적어둔 일기, 메모리칩에 가득 저장된 사진과 함께 나 자신에게 용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근거"라고 덧붙였다.

도대체 어떤 경험을 했길래 '겁보'가 '용자'가 됐을까. 이 씨는 여행 경비를 구하기 위해 휴학 뒤 9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1300만 원을 버는 등 그 시작부터 쉽지가 않았다. "과거 자료를 찾다가 고3 때 자소서를 발견했어요. 대학생이 되면 하고 싶은 활동으로 '한복 입고 세계여행하기' '스페인어 배우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일주일간 고민 끝에 무작정 학교에 휴학 신청을 했죠."

그렇게 떠난 여행은 이 씨에게 많은 배움을 줬다. 남미에서 11차례 등반을 하면서 성취감은 노력에 비례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멋진 풍경을 보기 위해 힘겹게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체감한 교훈이다. 이 씨는 "해발 6088m의 볼리비아 와이나포토시 설산에서 발톱이 멍들고 폐가 찢어질 듯 아픈 고통을 겪어야 했다"며 "함께 등반한 노르웨이 청년들의 격려와 그들에게 지기 싫다는 오기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런 여행담을 페이스북 '여행에 미치다' 페이지에 실시간 게시해 누리꾼의 큰 호응을 얻었으며, 여행이 끝난 뒤 페이스북 관리자의 추천으로 책까지 출간하게 됐다.

혼자 여행에 대해 이 씨는 "가장 어려운 것은 외로움에 적응하는 일이었다"면서도 "모든 걸 내 결정대로 할 수 있어 좋았다"고 설명했다.

또래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여행책 저자는 예상 밖의 이야기를 했다. "저는 여행을 강요하지 않아요. 여행이 트렌드가 된 나머지 청춘을 대변하는 여가가 된 게 씁쓸합니다. 20대에게 여행은 필수가 아니며 젊음을 대변하는 수단은 더더욱 아니죠. 하지만 저처럼 겁이 많아 여행을 주저하는 이에게 떠나라고 단언합니다. 그런 분께 필요한 건 자신감을 줄 강렬한 응원일 테니까요."

이 씨는 졸업 이후에도 여행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계속할 예정이다. 또 서른이 되기 전에 부모님과 2달 정도 해외여행을 하는 것도 25세 여대생의 소망이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