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영화 잇단 흥행 성공에
- 가격 상승, 수익성 부담 가중
- 사전 계약 등 판권 경쟁 치열
- 트렌드 읽는 안목 가장 중요

4년 연속 연관객 2억 명 시대에 들어선 한국영화 시장에서 최근 눈에 띄는 것은 다양성 영화(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합친 것) 시장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례로 2015년 349편 개봉되었던 다양성 영화는 지난해 434편으로 무려 85편이 늘었다. 특히 삶에 대한 진지한 시선과 신선한 소재를 바탕으로 높은 완성도의 예술영화를 찾는 관객이 증가하고 있다.

이지혜 '찬란' 대표는 "홍보비가 적은 예술영화는 젊은 관객의 입소문이 나는 게 중요한데, 그때까지 극장에서 상영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우기자

그 바탕에는 힘든 상황에서도 해외 좋은 예술영화들을 꾸준히 수입해 관객과 소통하려 했던 예술영화 영화수입배급사의 노력이 있었다. 지난 8년간 수준 높은 예술영화를 꾸준히 수입한 이지혜 대표의 '찬란'도 그 중 한 회사이다.

1990년대 후반 영화잡지 기자로 영화계에 발을 디딘 이 대표는 이후 영화전문지 '스크린' 편집장과 예술영화 수입배급사 스폰지의 마케터를 거쳐 2010년 찬란을 설립했다.

지난 18일 찬란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아는 것이 영화여서 찬란을 설립하게 됐다. 찬란의 첫 수입영화가 '이브생 로랑의 라무르'라는 다큐멘터리였다. 칸영화제에 놀러 갔다가 이 영화를 보고 너무 좋아서 처음에는 친구 회사 이름을 빌려 거래하다가 7개월 만에 1만 달러에 수입했다"며 찬란의 시작을 회상했다.

찬란은 이후 '신의 소녀들'(칸영화제 감독상, 여우주연상), '필로미나의 기적'(베니스영화제 각본상),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카페 소사이어티'(칸영화제 개막작), '퍼스널 쇼퍼'(칸영화제 감독상) 등 50편의 예술영화를 수입해 개봉시켰다. 현재는 지난 2월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외국영화상을 수상한 '세일즈맨'(칸영화제 각본상, 남우주연상)의 5월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10여 편의 영화를 개봉 준비 중이다.

이들 영화 중에는 2012년부터는 배우 소지섭의 소속사인 51k와 함께 수입한 영화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 대표는 "소지섭 씨와 스폰지에서 제작한 '영화는 영화다'를 통해 만났는데, 독특한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폭풍의 언덕'을 시작으로 당시 소지섭 씨 1인 기획사 51k와 공동 수입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자신의 이름으로 단독 투자를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몇 년 사이 예술영화의 시장 상황이 나아진 것 같다"는 말을 전하니 이 대표는 고개를 저으며 "요즘 예술영화 수입가가 50만 달러가 넘기도 한다. 그러면 20만, 30만 명의 관객이 들어야 수익이 나는데 예술영화 시장에서는 쉽지 않은 스코어다"라고 했다. 2014년 '비긴 어게인'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 '마담 프로스트의 비밀정원' 등의 영화가 성공하면서 예술영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이에 따라 해외 영화제 마켓에서의 수입사 경쟁이 치열해진 탓에 수입가가 오르게 된 것이다. 이 대표는 "10여 년 전만 해도 예술영화는 영화제 마켓에 가서 수입을 결정했지만, 최근에는 해외 영화 세일즈 회사를 통해 제작 중인 영화를 파악하고 오퍼를 보내기 때문에 영화제 몇 개월 전에 수입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음 달 17일 개막하는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중 절반 이상은 수입사가 결정됐다.

그렇다면 이 대표가 보는 예술영화의 흥행 포인트는 무엇일까? "상업영화시장도 마찬가지지만 영화 개봉 당시의 관객 트렌드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홍보비가 적은 예술영화는 20·30대 관객이 보고 입소문이 나야 중년관객들이 움직이게 되는데, 그 시기까지 극장에서 상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부산의 경우 예술영화 관객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영화의전당이 큰 몫을 하는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8년간 꾸준히 예술영화를 수입·배급하면서 힘든 상황도 많았지만 "좋은 영화를 관객들에게 소개한다는 기쁨과 함께 기대 밖의 흥행을 할 때 짜릿함도 느낀다"는 이 대표. 양질의 예술영화를 수입하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들은 다양한 영화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