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트 선수들 모두
- 상위리그 갈 수는 없어
- 지도자 수업·교육 등 통해
- 축구전문인 거듭나게 도와
- 일단 내년시즌 승격이 목표

"엘리트 축구 선수들은 유소년팀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해 대학까지 각급 학교를 거쳐 프로선수로 올라가는 동안 제대로 학업을 수행하지 않고 운동만 합니다. 도중에 선수생활을 중단하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렵죠. 부산FC는 이런 선수들이 운동을 계속하면서 축구전문인이 되는 길을 찾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입니다."

손원우 부산FC 총괄본부장은 "선수들이 운동을 계속하면서 축구전문인이 되는 길을 찾아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서정빈 기자

올해 초 정식 창단식을 한 부산지역 연고 구단인 부산FC는 K3 리그에 참여해 지난 4일 개막전을 치렀다. K3 리그는 프로축구 K리그의 클래식·챌린지와 실업축구인 내셔널리그 아래의 4부리그 격이다. 신생팀인 부산FC는 아시아드 보조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며 30명의 선수와 코치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부산FC가 눈길을 끄는 건 여느 구단과 달리 순수하게 시민이 주체가 되는 시민협동조합 형식의 구단이기 때문이다. 기업 구단이 아니라 부산시민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구단을 꾸리게 된 건 부산FC 손원우(57) 총괄본부장의 비전과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엘리트 축구의 궤도에서 벗어난 선수들이 축구를 매개로 해 재기할 수 있는 현실적 여건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손 본부장은 "엘리트 선수들이 모두 상위리그로 갈 수는 없다. 축구 산업이 점차 발전하고 있으니 이들이 선수생활을 계속하면서 지도자 수업과 외국어 교육을 받아 축구전문인으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산FC 선수들이 지도자 자격 등을 갖추면 점차 늘어나는 클럽 축구 지도자로 활동하거나 관련 산업에 종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축구문화를 바꾸는 것이 목표다. 그는 "우리 엘리트 축구는 유럽이나 남미와 달리 경제성장기에 하향식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그래서 지역 사회에 축구가 깊이 파고들지 못하며 이 때문에 시민의 참여도가 떨어진다. 축구와 관련한 인프라도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 예가 운동장에 조명시설도 갖춰주지 않으면서 학생 선수들에게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 운동하라고 하는 것이다. 손 본부장이 목표하는 것도 우선 미래를 바라보고 지역 교육현장부터 인프라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선수들이 코칭스쿨을 다니고 인성교육을 받으면서 축구 산업에 참여할 준비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손 본부장이 쉽지 않은 길을 택한 것은 남미와 유럽의 다양한 리그와 팀을 보면서 느낀 게 많았기 때문이다. 부산 출신인 손 본부장은 초등학교 때 선수생활을 3년 정도 하며 처음 축구와 인연을 맺었다. 부모의 만류로 그만둔 뒤 1999년 브라질로 이민 간 동생이 개설한 풋살장 운영을 도우며 다시 축구와의 인연을 되살렸다. 브라질은 개인이 풋살장을 개설해 상업적으로 운영하며 경기장 임대와 경기 중개 등으로 수익을 올린다. 그는 풋살장 사업이 자리를 잡은 뒤인 2001년 매니지먼트사를 설립하고 2년 뒤부터 브라질 선수를 국내 프로구단에 소개하는 일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때 브라질의 엘리트체육과 다양한 리그의 구단뿐 아니라 국내와 유럽 축구계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에서 소외되는 축구선수들에게도 남미나 유럽처럼 제2의 길을 보여줄 필요성을 느꼈다. 그 시작은 부산 출신 국가대표 축구선수였던 고 정용환 부산시축구협회 고문과의 만남이 계기가 돼 2010년에 만든 부산풋볼칼리지였다. 정 고문의 별세 이후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팀 창단을 준비해 600여 명의 조합원이 바탕이 된 팀을 창단하게 됐다. 부산FC의 목표를 지지하는 시민 조합원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조합원이 주인이 되고 선수들에게 제2의 길을 보여준다는 원대한 목표가 있지만 축구 구단인 만큼 당장 성적에 대한 목표도 없을 리가 없다. 손 본부장은 "신생팀이라 K3 리그 내의 하위 리그에서 시작하는데 다음 시즌에 곧바로 승격하는 게 우선 목표이다. 승격은 선수들의 꿈이기도 하다. 축구문화를 바꾸는 첫걸음인 만큼 부산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성원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부산FC의 홈 개막전은 다음 달 8일 아시아드 보조구장에서 열린다.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