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분만인프라 확충 필요
- 여성병과 식생활 관계 연구
- 여성질환 감소 캠페인 전개
- 모자보건 분위기 조성할 것

국가적 화두인 저출산 문제를 풀기 위해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깊게 고민하느라 바빠진 학회가 있다. 산부인과학회가 그렇다.

	한명석 대한산부인과학회 부산지회장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학적 관점에서 인구정책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부산지회장으로 최근 취임한 한명석(50) 동아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19일 "가임기 여성의 수를 지역별로 써넣은 행정자치부의 '출산지도'에 유감"이라며 여론의 뭇매를 맞은 '가임기 여성지도'에 관한 이야기로 운을 뗐다. "지방자치단체를 관리하는 행정자치부가 저출산 대책을 세운 것은 이해가 가지만 여성을 저출산 극복을 위한 생식능력의 관점에서 접근한 것은 문제죠. 저출산 문제를 의학적 관점에서 접근해 인구정책에 반영될 수 있게 지회 차원에서 부산시, 지역사회와 긴밀히 협조하고 공조체계를 구축하겠습니다." 부산지회가 저출산 문제에 관한 국민과 행정의 눈높이 차이를 좁히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게 한 지회장의 바람이다.

한 지회장은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산부인과가 없는 농촌 지역의 취약한 분만 인프라를 정부가 시장경제논리에만 맡기지 말고 모자보건과 공공성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확충할 수 있도록 본회와 함께 공론화 작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출산율이 떨어지다 보니 분만 수요가 크게 줄어 문을 닫는 산부인과가 속출하고 산부인과가 없는 시골이 많습니다. 애를 낳으려고 차를 타고 멀리 떨어진 곳까지 이동해야 하는 '산부인과 찾아 삼만리'의 불편을 겪고 있어요. 정부가 나서 산부인과로 대표되는 분만 인프라부터 확충해야 합니다."

특히 그는 유방암, 자궁내막증, 갑상선 질환 등 여성이 잘 걸리는 병이 환경호르몬, 식생활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학술적으로 분석하고 이런 여성 질환 예방법을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부산지회는 1년에 5회 부산과 경남 김해 양산지역 산부인과 의사들이 모인 가운데 학술모임을 개최하는데, 이때 이런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예전에 많이 없던 갑상선 질환과 유방암에 걸리는 여성이 늘어난 것은 검진을 통한 발견이 늘어난 이유도 있겠지만 환경호르몬, 서구화된 식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죠. 학술적으로 상관관계를 규명하고 싶어요. 이런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여성 질환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등 정책 대안까지 제시할 생각입니다." 그는 이를 위해 산부인과는 물론 유방외과, 내분비내과와 협력해 연구를 유기적으로 진행한다는 복안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여성이 건강하고 애를 낳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산부인과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인간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라고 대답했다. "산모가 장시간 산고를 이겨내고 아기를 낳은 뒤 세상을 향해 울음을 터뜨리는 아기를 가슴에 꼭 품고 있는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죠. 생명 탄생의 신비는 경이롭고 성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러면서 "병원에서 환자에게 '(순산) 축하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데는 산부인과밖에 없다"며 출산과 관련된 진료과목 특성에 관한 자랑도 잊지 않았다.

한 지회장은 부산고와 동아대 의대를 졸업한 뒤 2001년부터 동아대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