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민예총 춤위원회 결성
- 소녀상지킴이 시위 등 주도
- 문화계 블랙리스트 이름 올라
- "예술과 현실 뗄 수 없는 관계
- 표현·창작의 자유 보장해야"

부산의 춤꾼들이 거리로 나왔다. 지난해 부산 대학 무용학과 폐과 문제가 불거지자 부산역에서 춤 시위를 벌였고,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사태에 항의해 서면 한가운데서 분노의 춤사위를 펼쳤다. 그리고 최근 불거진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철거 논란에 맞서 '부산소녀상지킴이 예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부산민예총 강주미 춤위원장을 만났다.

강주미 부산민예총 춤위원장은 "예술의 근본정신은 자유와 해방"이라며 "예술이 생명력을 갖기 위해선 사회 현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민예총 춤위원회 카톡 대화방이 있는데 거기에 소녀상 철거 논란에 관한 글이 올라왔어요. 다들 '뭐 이런 일이 다 있느냐'고 분개했죠. 가뜩이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사태로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입 다물고 있어도 되겠냐 했어요. 춤꾼들은 뭔가 말하고 싶어지면 '춤 한번 추고 싶다'고 하거든요."

부산민예총 춤위원회는 지난 4일 오후 5시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서 '부산소녀상지킴이 예술 시위'를 벌였다. 소녀상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응원하고, 한편으론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기 위함이다. "처음에는 '춤 릴레이 시위'를 기획했어요. 그런데 내용이 알려지면서 참여하겠다는 예술인이 늘었고, 그래서 매주 토요일 1시간 동안 다채로운 공연을 펼치며 우리 뜻을 펼치기로 했어요. 예술 시위는 몇 달간 이어질 겁니다."

지역 문화예술 현안이 있을 때마다 목소리를 낸 부산민예총은 함께하고 있는데, 최근 춤위원회가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고 있다. "부산민예총이 진행하는 금정산생명축전에 춤 행사를 춤꾼들이 기획했고, 춤을 자유롭게 추고 싶은 이들 50여 명이 모이면서 춤위원회가 재결성됐어요. 지난해 1월 부산민예총 춤위원회 출범 공연까지 잘 마쳤는데, 공연이 끝나자마자 부산지역 대학 무용학과 폐과 논란과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사태, 소녀상 철거 논란까지 터졌죠. 예술의 근원이 인간의 고통과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인데 우리가 가만히 있어서 되나 했죠. 예술과 현실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고, 그것을 표현하는 데 인간의 몸만한 도구가 있을까요."

그는 예술의 근본정신은 자유와 해방이며, 예술이 생명력을 갖기 위해 사회 현실에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극장에서 춤 공연을 관람한 역사가 100년이 채 안 돼요. 예술에서 무대가 갖는 의미를 무시할 수 없지만, 전통적으로 춤은 우리 생활 속에 있었어요. 생활 속에 있어야 춤이 생명력을 가지기에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때론 정치적일 수 있어요. 여러 정권에서 예술을 길들이려 했던 것을 보면 과연 '예술은 순수해야 한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강 위원장은 동아대 무용학과에서 한국 춤을 전공하고, 부산아시안게임 등 다양한 축제에서 경력을 쌓았다. 무용교육 석사 학위를 받고 춤 미학 박사 학위를 수료한 학구파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상업 개발 반대 등 이슈 현장을 찾아 춤추며 현실 문제를 직시했다.

"어릴 적 '나는 누구지, 뭘 해야 하지'를 고민한 끝에 춤을 선택했는데 대학의 교육은 만족스럽지 못했죠. 그래서 대학 방송사에 들어갔고 거기서 사회 현실에 어느 정도 눈을 떴습니다. 한동안 현장만 쫓아다녔는데 어느 순간 '나의 결은 춤'이란 것을 깨달았고, 돌아왔어요. 요즘은 전통춤에 나의 것을 결합하는 작업에 재미를 느끼고 '강주미 춤'을 만들고자 해요."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려진 그는 한마디 덧붙였다. "블랙리스트는 위헌입니다.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했기 때문이죠. 또 예술의 근본정신, 표현의 자유도 위배했어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블랙리스트는 반드시 사라져야 합니다. 예술의 자유가 보장되고 예술 창작이 자유로워야 국민이 예술과 소통할 수 있으며, 그것이 밝은 사회로 나가는 길이 될 겁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