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문화 답사집 6권 출간 

- 매년 미개척 민속현장 발굴

- 내년 기장·금정·강서 답사

- 역사·문화 채록 매진할 것

부산민학회 주경업(75) 회장이 '부산학, 길 위에서 만나다' 여섯 번째 책을 펴냈다. 2011년부터 매년 한 권을 내놨으니, 웬만한 젊은 작가도 하기 힘든 부지런한 작업이다. 주 회장을 만나 그간의 작업 과정과 소감, 계획 등을 들었다.

"매년 부산의 역사와 문화 현장을 답사하고 기록해 책 한 권을 냈어요. 지난해(제5권)까지 부산민학회 힘으로 책을 냈는데, 올해 제6권은 부산시 지원을 받아 더 많이 만들었어요. 늘 그러했지만, 부산을 사랑하는 모든 시민에게 배포할 겁니다."

주 회장은 1997년 부산답사회를 결성하고 20년째 지역 곳곳을 누비고 있다. 첫 답사에 대형버스 3대를 동원할 정도로 많은 이가 몰려 난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매년 5~10회, 매회 30~40명이 모여 답사를 다닌다.

"어느 날 보니 제가 만든 답사 자료가 아무렇게 나뒹굴더군요. 다른 사람이 쓴 것으로 둔갑하기도 하고. 이걸 바로잡아야겠다 싶어 2011년부터 해마다 책을 발간했어요. 제가 기력이 닿는 한, 답사가 계속 이뤄지는 한 책은 꾸준히 나올 겁니다."

올해는 부산을 벗어나 김해 가야국과 경남 웅천, 그리고 부산 동구 좌천동과 북구 구포동 등으로 답사를 다녔다.

"가야사는 1990년 김해 대성동 고분이 발견되기 전까지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어요. 대성동 고분, 수로왕릉, 구지봉, 수로왕릉비 등을 답사하며 수수께끼의 왕국 가야에 한 발 더 다가간 기분이에요. 특히 대성동 고분 주인이 중국에서 흘러들어온 흉노와 선비족의 후손임이 밝혀졌고, 이를 근거로 김해 김씨의 조상이 흉노족 출신임을 확인하는 데 애썼어요. 제 고향인 경남 웅천 제포왜관과 강서구 가덕도 등대길, 북구 구포나루 등은 역사 현장을 되짚어보는 데 주력했고, 동구 좌천동은 부산 최초 선교 집단이랄 수 있는 호주장로선교회가 일신기독교병원과 학교 말고도 부산 최초로 나환자를 위한 부산나병원을 세웠던 현장까지 훑었어요. 부산의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찾고 현장을 확인하는 것이 답사의 목적이죠."

주 회장은 화가, 부산민학회 회장, 향토사 연구가 등 다양한 직함을 가지고 있다. '그림'이 좋아 화가의 길을 선택했으나 '자신의 그림에 혼이 없다'는 생각에 전통문화와 역사로 눈을 돌린 독특한 이력이다. 지난 30년간 지역 곳곳을 다니며 역사와 문화의 현장을 기록했고, 수많은 전통예술인을 만나 그들의 인생과 예술혼을 듣고 적었다.

'부산을 배웁시다' '부산의 꾼·쟁이를 찾아서' '낙동강 사람들' '부산 이야기' 등 지역 문화를 소중하게 담아낸 저서도 수두룩하다.

"문화와 역사의 현장을 찾아다니는 것이 재미있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해주는 것도 재밌어요. 제 답사에 참가하는 이들 대다수가 문화해설사인데 그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을 보면 제가 게을러져서는 안 되겠단 생각이 들어요. 당장 내년에는 기장군과 금정구를 답사할 계획을 세웠고,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인 강서구의 현장을 기록하는 작업도 서둘러야 할 것 같아요."

그는 여전히 열정이 넘치고 부지런히 다니고 열심히 쓴다.

"제가 처음 문화와 역사를 공부하게 된 것이 그림을 더 잘 그리기 위해서였어요. 저는 '민속과 더불어 문화하는 사람'이 좋아 그들을 펜으로 그려요. 그것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지향이자, 계속해서 매진할 목표이죠."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