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해 탐방길 전도사 자처
- 재정 지원 받을 조례 확보
- 29일엔 '바래길 소풍' 행사
- 새로운 탐방코스 지정 숙제

"전국 최고의 휴양 섬인 남해에서 청명한 가을 하늘과 짙푸른 바다를 마음껏 담아가세요.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남해의 속살을 느껴볼 수 있는 최고의 힐링길을 체험할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하진홍 대표는 "앵강만을 찾는 이들이 가을소풍의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올해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완용 기자

오는 29일 경남 남해의 앵강만을 사이에 두고 있는 남면 홍현마을 숲에서 이동면 신전마을 숲까지 이어진 '앵강 다숲길'에서 '제6회 남해 바래길 가을소풍' 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남해바래길사람들(이하 바래길사람들)의 하진홍(58) 대표를 지난 24일 만났다.

이 단체는 비영리법인으로 남해군이 조성한 10개의 바래길을 관리 및 홍보하고 있다. '바래길'이란 물때에 맞춰 갯벌이나 갯바위 등에서 해초류와 해산물을 나르기 위해 마을에서 바다로 연결시킨 샛길로 남해의 토속말이다.

하 대표는 30여 년간 근무한 한 이동통신회사에서 퇴직한 직후인 2014년부터 탐방로를 알리는 이 일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남해를 알리고 탐방길을 소개하는 전도사 역할에 푹 빠져 있다.

그가 대표를 맡기 전까지 바래길사람들은 발족된 지 5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재정형편이 열악하고 조직도 동호인들의 걷기 모임에 불과했다.

그는 대표를 맡은 뒤 가장 먼저 남해군의 '비영리단체 운영 지원 조례'에 바래길사람들을 포함시키는 일부터 시작했다.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무조건 자원봉사만을 강요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 자치단체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는 예산이 확보된 단단한 조직이 만들어져야만 탐방로를 관리하고 이를 홍보하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탐방객들을 안내하고 탐방로를 모니터링하는 18명의 바래지기(관광해설사)들을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했다.

그는 남해바래길을 경제사업화 하는 데도 공들이고 있다. 힐링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 상표를 브랜드화해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친환경 홍보에 제공하기 위해서다. 특히 정부나 자치단체의 공모사업을 적극 유치해 바래길과 지역의 이미지를 높이고 바래길사람들을 자생력 있는 단체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또 환경이나 자연생태를 활용한 체험사업은 마을이나 관련 단체에 맡기고, 바래길사람들은 탐방로의 유지와 홍보에 전념한다는 각오다.

하 대표는 "요즘 같은 주말이나 휴일에는 3000~4000명의 관광객이 바래길을 찾는다"며 "길을 만들고 정비하는 작업은 자치단체에 맡기고 우리는 이를 알리고 탐방객을 맞이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근의 하동과 통영지역 탐방로와의 연계사업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한섬지(한려수도, 섬진강, 지리산) 천리길로 명명된 통영의 바다 100리길과 하동의 섬진강 100리길, 지리산 둘레길과 연계해 탐방객들에게 다양한 길을 걸을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탐방코스를 새로 지정하는 일도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기도 도량으로 꼽히는 남해 금산의 보리암을 중심으로 한 바래길과 독일마을이나 원예예술촌을 배경으로 하는 탐방로를 만들 계획이다.

하 대표는 "옛날에는 유배지로 낙인될 만큼 척박한 섬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전국 최고의 휴양지로 주목받는 남해에서 가을 바다를 마음껏 느껴볼 수 있도록 행사를 마련했다"며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앵강만에서 가족과 함께 가을소풍의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9일 개최되는 '바래길 가을소풍'은 남면 홍현마을에서 오전 10시30분 개회식을 열고 숙호숲과 두곡·월포해수욕장, 미국마을, 이동면 화계 해안도로, 신전리 앵강다숲의 바래길 탐방안내센터로 이어지는 8㎞ 구간(2시간 소요)을 걷는 행사다. 종착점인 탐방안내센터에서는 먹거리장터와 작은 음악회 등도 열린다. 문의 (055)863-8778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