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부산서 7000마리 유기
- 민간에 위탁된 동물보호센터
- 운영비 아끼려 질 낮은 사료
- 치료 못 해서 죽는 동물 많아
- 市가 직영화해 관리해야

"동물 존중이 인간 존중의 시작입니다. 사회의 약자인 동물을 존중하지 않는 이가 어떻게 인간을 존중할 수 있겠습니까."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김애라 대표가 "사회의 약자인 동물을 사랑하자"고 말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이하 동학방) 김애라(여·48) 대표는 2001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도시철도에 버려진 강아지를 구조해 당시 동물학대방지연합 부산지부 홈페이지에 조언을 구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동학방 가입 당시 언론계에 종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후원자로만 활동하려 했지만, 가입 1년 후 대표 자리가 공석이 되자 엉겁결에 대표직을 맡게 됐다. 부산 동학방은 2006년 지역의 첫 동물비영리단체로 등록됐다. 현재 동학방에는 7000여 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동학방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지역 동물보호센터의 시 직영화다. 현재 동물보호센터는 민간이 위탁받는 형태로 운영된다. 그러다보니 동물보호센터의 운영비를 아끼기 위해 질 낮은 사료를 쓰고, 다친 동물이 제대로 치료 받을 수 없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게다가 각 보호센터마다 운영방식이 다르고, 시설이 비공개로 운영되는 곳도 있어 투명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보호센터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병이나 부상으로 죽는 동물이 적지 않다. 시 직영으로 운영체제를 바꾸면 이러한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학방은 부산지역의 동물 구조활동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 김 대표는 2006년 서구 남부민동에서 진행했던 구조활동을 잊을 수 없다. 한 할아버지가 버려진 강아지들을 키우면서 악취가 진동한다는 제보가 동학방으로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김 대표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벌레가 우글거리는 우리 속에 개 6마리가 널브러져 있었다. 할아버지는 버려진 개를 키우면서 심지어 먹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동물 학대 사건은 동물을 바라보는 그릇된 인식 때문에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애완동물'은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로 바뀌었지만, 버려지는 동물의 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부산에서 버려진 동물은 7000마리가 넘는다. 이 중 1899마리(27%)만 입양됐다. 그는 이러한 현실은 아직 우리 사회 속에서 동물의 생명권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동학방은 2명의 직원과 김 대표로 근근이 운영되고 있다. 직원만 20명이 넘는 서울의 유명 동물단체와 대조적이다. 소방 경찰 등 관계기관의 협조와 적극적인 활동가들의 지원이 있지만, 부산 전체를 돌아다니며 구조활동을 벌이기엔 힘이 부치는 게 사실이다. 때때로 서울의 동물단체에서 부산의 학대 동물을 구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아직 부산에서 이름을 충분히 알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난다. 김 대표는 "부산에서도 학대받은 동물을 구하는 단체가 자생적으로 활동 중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학방은 이달 중으로 스토리펀딩을 시작한다. 죽은 동물의 학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부검 비용을 모금하기 위해서다. 모금 금액에 따라 다친 동물의 치료 지원, 동물 학대 방지 자료집 등의 출간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북구 구포가축시장 일대에서 개고기 식용 반대 운동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구포가축시장에서는 자주 집회를 열었던 탓인지, 몇몇 상인과는 가볍게 인사를 주고 받는 사이가 됐다.

김 대표는 "점차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의 개념이 자리 잡히고 있는 것 같다"면서 "말 못하는 동물도 하나의 생명으로 보고, 동물권도 생존권의 하나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하루빨리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