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해운업 구조조정
- 부실 해소 여부가 초점인데
- 돈 되는 자산매각 치중 답답
- 한진 美 롱비치 터미널 매각
- BPA가 인수 적극 검토해야

"미래에 먹고살아야 할 부문을 다 팔고 부실한 사업만 남겨 놓도록 해놓고 '너희들 왜 사업을 잘 하지 못하느냐'고 압박하는 이런 구조조정 방식이 과연 실효성이 있냐."

	성결대 한종길 교수가 지난 21일 "해운·조선업 연계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한종길 교수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한진해운 살리기'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있는 대표적인 전문가다.

지난 21일 성결대(경기도 안양시)에서 만난 한 교수는 "해운-조선업의 통합 정책을 실시하지 못하고 한진해운이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잃고 있는 게 너무 안타깝다"며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한 교수는 특히 "2009년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금융위원회가 '해운산업구조정과 경쟁력 방안'을 발표했을 때 해운산업을 기간산업으로 규정하며 세계 5대 해운국 도약을 내세웠지만 그 이후 산업 육성에 대해 제대로 한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인터뷰를 위해 준비한 A4 10장짜리 자료를 읽어 내려갈 정도로 할 말이 많았다. 그는 ▷현대상선의 자동차선 부문 매각 ▷회사채 신속인수제도의 허점 ▷한진해운의 자구노력 등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실효성이 떨어지고 실기한 정책이 너무나 많았다. 해운업 구조조정 방식도 부실을 털어내는 것이 아니라 수익이 될 만한 것들을 매각해 빚을 갚는 데에만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정부 방침에 따라 2001년 금강산 사업(대주주는 현대상선)의 실패를 만회하려 알짜사업이었던 자동차선 부문을 매각했고 스웨덴이 인수해 유코카캐리어스가 출범했다. 유코카캐리어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200억 원이었고 반면 현대상선의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700억 원이었다.

한진해운의 미국 롱비치 항 운영법인 지분 매각(본지 22일 자 9면 보도)에 대해서도 그는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는 2대 주주 MSC 대신 현대상선이 그 지분을 매입하려면 MSC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적어 내야 한다"며 "그럴 것 같으면 현대상선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그 돈으로 법정관리 이전에 한진해운을 지원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그러면서 "(현대상선이 아니라) 항만물류기업의 국제화와 사업 다각화에 고심하는 부산항만공사(BPA) 등이 롱비치 항 운영지분을 인수하도록 하는 게 정책적 타당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국내에서 조선·해운산업의 통합정책론을 펴고 있는 대표적인 학자다. 그는 "선진국에서 해운업과 조선업을 같이하는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 일본은 19세기 후반부터 해운-조선 강국으로 군림했다"며 "해운과 조선을 하나로 보는 정책 때문이었다. 유럽에서도 덴마크, 노르웨이 같은 해운국들은 자체 조선소를 갖고 있지만 영국은 그렇지 못하다. 해운-조선-금융을 연계하는 정책을 펴지 않으면 '울산의 눈물' '거제의 눈물'이 반복되고 10년 내에 조선업은 국내에서 없어질 것으로 단언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해운업 살리기'라는 깃발을 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제가 한국해운물류학회의 회장이었고 해기사였다. 해기사 후배들을 생각한다면 참을 수 없었다"며 "1984년 제가 졸업했을 때 해운산업 합리화 정책 때문에 우리는 탈 배가 없었다. 저와 동기 다수는 외국 배를 탔지만 지금은 한국 해기사들의 임금이 높아져 외국 배도 타기 힘든 상황이다. 후배들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핏줄과도 같은 '글로벌 공급 사슬'이 멈추면 전체 산업이 멈추게 되고 나라가 망할 수도 있는데 이런 인식이 없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부산의 젊은이들에게는 부산항을 활용해서 어떤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 것인지를 가르쳐야 한다. 그들이 외항선 선주가 되도록 키워야 한다"며 "그 선주 소유의 선박들이 부산항에 기항해 선박을 매매하고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부산이 동북아 해운물류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경남 남해 출신인 그는 남해수산고, 한국해양대 항해학과를 거쳐 일본 메이지대에서 박사학위(해운물류)를 받았고 수년간 일본에서 해운과 조선업 통합정책에 대해 연구했다. 국내에서는 수산, 해운, 조선의 이론과 실무를 터득한 유일한 전문가로 꼽힌다. 정옥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