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병 막는 예방치과학 연구
- 불소 위해성 논란 있지만
- 충치 예방 효과 크다 확신
- 일본에선 의사가 이 닦아줘
- 국내에 확산시킬 방안 고심

"입안이 청결하지 않으면 충치뿐만 아니라 폐렴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이를 닦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부산대 치의학전문대학원 김진범 교수는 "잇몸병 예방을 위해 '전문가 이 닦아주기'를 확산시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병을 고치기 위한 것이 치료의학이라고 한다면 질병을 미리 막는 것에 무게 중심을 둔 것이 바로 예방의학이다. 예방치과학 역시 이런 이유에서 출발했다. 현재 전국에서 예방치과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이는 20명 남짓. 부산대 치의학전문대학원 예방치과학교실 김진범(61) 주임교수도 그중 한 명이다. '이 닦기 전도사'인 그를 부산대 양산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났다.

"왜 예방치과학을 전공했느냐고요? 당시엔 남과 다른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었죠."

김 교수는 서울대 치과대학에서 학사부터 석사를 거쳐 박사 과정까지 밟은 후 개업하거나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일반적인 선택 대신 당시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보건원 구강 보건학담당관으로 들어갔다. 김 교수의 말에 따르면 '몇 년 공부하러' 들어갔는데, 전임자가 갑자기 그만두면서 7년가량 눌러앉았다. 하지만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는지 이때 평생의 연구주제인 '불소'를 만났다.

"1970년대 초만 해도 우리나라 중학생의 충치는 평균 0.6개에 불과했는데 후반이 되면서 2.8개로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과자류가 보급됐기 때문이죠. 그래서 제가 국립보건원에 들어간 1980년대 초반 국내에서 처음 구강 보건 사업이 시작됐어요. 수돗물 불소화 사업도 국내에선 그때 처음 조명되기 시작했죠."

그는 오랫동안 수돗물 불소화 사업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국내 첫 시범사업이 도입되었던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관련 논문을 펴내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인구의 약 10%가 불소를 추가로 첨가한 수돗물을 공급받았으나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면서 현재는 4% 정도만 공급받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에 따라 불소 첨가를 두고 찬성론과 반대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곳이 김해시다.

"2011년 보건복지부에서 부모 학력에 따른 자녀의 충치 개수를 비교 연구한 적이 있는데, 불소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은 곳은 공급되는 곳보다 학력에 따른 충치 개수 차이가 배 이상 컸습니다. 그만큼 불소 수돗물이 저소득층 충치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불소의 위해성을 들어 반대하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불소 수돗물의 예방 효과가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세계보건기구에선 만 6세 이하는 불소가 든 치약을 쓰지 말라고 하지만 일본에서 연구한 바에 따르면 만 4세가 넘으면 헹굼 물을 제대로 뱉어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연령 이후엔 불소치약을 써도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불소에 이어 앞으론 잇몸병 예방에 무게 중심을 둘 계획이다. '이 닦아주는 의사'가 대표적이다. "이를 잘 닦아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올바른 양치 방법도 많이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이를 안 지키거나 제대로 하질 못 하는 게 문제입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바로 의사가 닦아주면 됩니다."

전문용어로 '전문가 치면세정술'인 이 닦아주는 사업은 사실 노인장기요양보호법상 제공 가능한 서비스에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아직 이 닦기는 개인적인 일로 보는 정서가 깊어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스케일링만으론 충분하지 않습니다. 스케일링은 치석을 제거하는 것인데 물론 도움은 되지만 제대로 안 닦으면 또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죠. 일본엔 이미 치과 방문 진료가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이를 제대로 닦아주기만 해도 충치와 잇몸병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이고 노인층에선 폐렴도 예방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이를 확산시킬 방안을 고민해 보겠습니다."

김 교수는 1991년부터 부산대 교수로 재직해왔으며, 대한구강보건학회 회장, 수돗물 불소농도조정사업기술지원단장, 대한치과보험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7월엔 국제치의학연구학회 한국지부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