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익 적어도 좋은 공연 유치
- 시민 문화 취향 형성에 기여
- 영화와 접목 공연 유치 주력
- 관객 습관처럼 찾는 곳 되길

영화의전당 공연사업팀 서승우(47) 팀장은 부산 공연 예술 바닥부터 훑어온 지역 공연 기획의 산증인이다. 10대 때 무대에서 춤을 추다 대학 대신 '극단 부산무대'에 입단했다. '배우가 슬플 때 위로하는 배우의 배우가 되겠다'는 포부로 기획 연출에 발을 들였다. 극단 활동과 부산외대 국문학과, 경성대 언론정보대학원, 부산대 예술경영대학원 등을 다니며 실무와 이론을 쌓았다. 1999년 부산연극제 홍보팀장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이름 있는 지역 축제에 기획자로 참여했다. 부산예술제, 2002 아시안게임, 부산시립극단, 김해문화의전당 개관 준비단, 성산아트홀 등을 거쳐 현재 영화의전당에서 공연을 기획 유치하고 있다.

영화의전당 서승우 팀장은 "공공 공연장은 당장의 수익은 적더라도 관객이 공연 문화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정빈 기자

자유롭고 거친 공연 문화판에서 일하던 그를 공공 공연장이라는 규격화 된 문화판으로 불러들인 건 김해 문화의전당 개관 준비단 참여였다. 그곳에서 그는 공공 공연장이 그 지역 문화와 시민의 삶을 바꿀 수 있음을 목격했다. "2005년 개관 때만 하더라도 1400석이 많다고 했어요. 지금은 김해 시민들이 계 모임이나 회식 등을 공연 보고 하자는 얘기를 자연스럽게 하는 걸 봅니다."

서 팀장은 공공 공연장이 지역 공연 문화의 '파이'를 키우는 데에 거름이 되고 물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공공 공연장이 상업 기획사와 달리 안일하다고 지적하시는 분이 많아요. 좋은 공연을 유치하고 관객 반응을 보는 수준에 머문다는 거죠. 하지만 공공 공연장은 당장 수익을 못 낼지라도 그 역할이 쌓여서 시민 문화 취향을 형성하는 데 혁혁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전체 공연 시장의 선순환을 위한 주요한 버팀목이라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무료 공연을 하면 유료 공연을 보러 가는 관객이 줄어든다는 말도 있지만, 저는 그 경험이 취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일종의 '교육'이에요. 무료·야외 공연이 관심과 취향 형성을 유도하면 정식·실내공연장으로 가는 지름길이 됩니다."

그가 바라보는 부산 공연 시장은 늘어나는 공연장에 힘입어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관객들의 새로운 작품에 대한 욕구는 작다고 말했다. 이 점에서도 공공 공연장의 역할을 강조했다. "부산 관객들이 맘마미아 등 유명한 작품과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에는 소위 지갑을 열 줄 압니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는 수도권 시민만큼 못해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남들보다 먼저 신제품을 사서 써 보는 사람)가 현저히 적은 거죠. 내가 모르는 작품인데도 지갑을 열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는 역할을 공공 공연장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역할이지만 전체 시장의 선순환에 기여한다고 감히 확신합니다."

영화의전당은 개관 이래 공연사업팀이 주도해 공연을 기획 유치하고 있다. 초반에는 영화의전당을 홍보하기 위해 유명인이 출연하는 공연을 열다 이후 영화와 접목한 공연에 주력하고 있다. 영화감독이 전하는 클래식 이야기나 '양성원의 프랑스 실내악 축제'의 샹송과 영화가 어우러지는 공연이 그 예다. 하반기에는 찰리 채플린 등의 무성 영화에 음악을 배제하고 연주단이 대중의 귀에 익은 작품을 새롭게 선정하여 연주한다. 동시에 뮤지컬 '친구' '캐스팅'과 댄스컬 '사랑하면 춤을 추라' 등 단체 관광객을 위한 상설 공연을 시도하고 있다.

서 팀장은 "공연 기획자의 주요한 역할은 중개와 촉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유행에 뒤처지지 않도록 문예회관 기사를 지인과 공유하고 4년째 라디오 코너를 맡아 매주 부산 문화 공연을 소개하고 있다. 또 주부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공연 예술을 통한 창의력 계발' 특강을 하며 잠재 관객을 개발하고 있다.

서 팀장이 바라는 공연장은 인생의 향수를 느끼는 곳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추억을 만들고 10년 20년 후에도 그 추억이 떠오르는 매개가 공연이길 바랍니다. 세월이 지나도 습관처럼 공연장을 찾는 모습을 이곳 영화의전당에서 볼 수 있도록 항상 더 좋은 공연을 만들도록 매진하겠습니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