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역사관 규모는 크더라도 운영 과정서 국민 참여 저조
- 3년간 10억 원 목표 모금운동…많은 시민 관심과 동참 바라

지난 12일 부산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일본군 위안부 역사·문학관 설립추진위원회가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이날 추진위는 3년간 10억 원을 목표로 모금 운동을 진행하기로 결의했다. 장기 레이스를 앞두고 공동추진위원장을 맡은 홍순권(63) 동아대(사학과) 교수에게 위안부 역사·문학관의 의미와 추진 배경, 향후 계획 등을 물었다. 현재 추진위는 부산지역 여성 인사 3인이 공동상임추진위원장을, 홍 교수를 비롯한 5명이 공동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홍 교수는 논의 초창기부터 주도적으로 역사·문학관 밑그림을 그려온 인물 중 한 명이다.

위안부 역사·문화관 홍순권 공동추진위원장은 "관 주도의 역사관과는 달리 추진 단계에서부터 시민의 관심을 끌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순용 선임기자

"지난해 고(故) 고현철 교수가 대학 민주화를 위해 투신한 사건은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고 교수 주변 교수, 지인, 학생들이 모여 그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부산선언'을 발표했지요. 이렇게 모인 이들이 지난해 말 송년회 겸 만난 자리가 있었는데, 마침 그때 위안부 문제를 두고 한국과 일본이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와 이에 대한 우려가 표출됐습니다. 우리도 목소리를 내보자는 데 의견이 모였고, 단발성인 선언이나 성명서 발표가 아닌 실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고민이 결국 역사·문학관 설립 추진으로 이어졌죠."

사실 위안부 문제를 환기하고 이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장소는 지금도 전국 곳곳에 있다. 부산만 보더라도 최근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 문을 열었고, 김문숙 이사장이 운영하는 민족과 여성 역사관도 있다. 그러니 "왜 부산에 또?"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산은 위안부 문제에서 상징적인 지역입니다. 부산항이 징용의 상징이기도 하고,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강제동원된 사람 수도 부산·경남이 가장 많지요. 실제로 생존한 위안부 할머니 중 상당수는 고향이 부산·경남이에요."

홍 교수는 "무엇보다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관 주도로 설립된 역사관은 규모는 클지언정 운영 과정에 있어 시민의 참여는 제한적이라는 의미였다. "현재 추진하는 역사·문학관은 처음부터 시민의 관심을 끌어내고자 했고, 모금 운동 역시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그래서 모금액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역사·문학관을 만들고 나서도 꾸준히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죠."

홍 교수는 벌써 역사·문학관의 뜻에 공감하는 이들이 기부 의사를 밝히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했다. 우선 김문숙 이사장이 소장 자료를 기부하기로 했으며, 이종석 경실련 상임고문도 3000여 권의 한일관계 문헌자료를 내놓기로 했단다.

"역사관이 아니라 문학관까지 명칭에 넣은 것은 그만큼 관련 자료가 많기 때문입니다. 위안부를 주제로 다룬 문학작품은 물론이고 각종 예술 작품도 많습니다. 위안부 할머니가 그린 그림 등도 자료가 될 수 있겠지요."

그는 역사·문학관이 장기적으로는 인력 양성 역할도 맡게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현재 평화와 인권 운동이 시대적인 화두임에도 부산에서 이를 연구하는 연구자나 사회에서 풀어갈 활동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고민에서다. 홍 교수는 "지금까지 부산에선 사실 김문숙 이사장이 고군분투해 왔다"며 "역사·문학관을 계기로 여성 인권 평화 문제를 고민할 사람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금 목표액의 30% 이상 모이면 장소 선정 등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해보려고 합니다만 완성된 모습으로 드러나기까지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시민의 관심이 가장 중요합니다. 만들어만 놓고 시민의 관심이 없으면 소용없지 않겠습니까. 시민의 뜻을 모아 역사·문학관이 부산이 가진 또 하나의 명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