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한국어 맞춤법 검사기 개발자
- "생각하는 인공지능 초보 수준
- 기계도 사람이 만든 것일 뿐
- 지나친 공포심은 경계해야"

"알파고는 지적 능력에 관한 기술이 전혀 없습니다. 사람들은 알파고를 '알 사범'이라며 인격을 불어넣기도 하고, 기계가 인간을 넘어섰다며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이 상상해 낸 알파고일 뿐입니다. 인공지능이 인간과 동등한 능력을 갖추려면 한참 멀었습니다."

부산대 연구실에서 만난 권혁철(58·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알파고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의 대가'로 불리는 그도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길 정도의 바둑 실력을 갖추고 있을줄 몰랐다. 하지만 권 교수는 "내가 놀란 것은 알파고에 대한 기술적 충격일 뿐, 알파고는 인간과 같이 사고하는 기계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인공지능에는 '약한 인공지능'과 '강한 인공지능'이 있다. 약한 인공지능은 특정 분야에서 컴퓨터가 그간 하지 못했던 부분을 해내는 정도이고, 강한 인공지능은 기계가 인간과 같이 스스로 사고하는 단계다. 권 교수는 "자동차 자동 운전 시스템과 퀴즈 등 여러 분야에서 약한 인공지능의 연구가 높은 수준에 도달했지만, 강한 인공지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면서 그 실용성이 끝났다고 진단했다. 그는 "구글이 더는 알파고에 돈을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구태여 중국의 커제와 바둑을 둘 필요도 없다. 기계가 인간보다 바둑을 더 정교하게 잘 둔다는 것을 이미 증명했고, 바둑 대국 게임 정도로 실용화하리라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수십 년 전 세상을 놀라게 했던 인공지능 기술이 지금은 생활 속에 파고들었다. 20여 년 전 자동차 번호판을 인식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나왔을 때 세상이 깜짝 놀랐지만, 지금은 대부분 주차장에서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라고 덧붙였다.

권 교수에게 우리나라의 '약한 인공지능'은 어느 수준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권 교수는 "바둑 분야라면 북한보다 못할 것"이라는 다소 의외의 답을 했다. 그는 "각 국가가 필요한 인공지능 능력이 창출되는 구조여서 분야에 따라 수준이 다르다. 가령 우주 탐사에 많은 돈을 쏟아붓는 미국은 우주 탐사 로봇 분야의 인공지능이 발달했다.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독일에는 자동차 관련 인공지능이 우수하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권 교수는 한국어 맞춤법·문법 분야의 '알파고'를 만든 개발자다. 그가 만든 한국어 교정 프로그램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는 국내 모든 지상파 방송사와 유명 신문사에서 사용한다. 또 국내 대표 워드프로세서인 '아래한글'에도 서비스한다. 권 교수가 이 프로그램을 처음 개발한 것은 1992년이지만 한국어가 변화무쌍해 아직도 완성하지 못했다. 그는 "영어 교정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학부생 한 명과 2주 정도면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한국어는 '먹다'라는 단어의 형태가 '먹고', '먹지', '먹어서' 등 여러 가지로 변한다. 언어처리가 너무 복잡한 한국어 특성상 10년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현재 검사기에 통계를 이용한 기계학습 방법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틀린 단어를 발견했을 때 신문에서 쓰인 용례를 스스로 검색하고, 가장 높은 확률의 대체 단어를 제시하는 방법이다. 그는 3년 전 이미 기술 개발을 끝냈지만, 이 기술에 대용량 메모리가 필요해 해결 방법을 고심 중이다.

권 교수는 "구글에서 만든 자동 주행 자동차가 300만 ㎞를 달리며 네 번의 사고를 냈는데, 그 사고에 대해 사람들은 굉장한 공포심을 느끼고 있다. 사람은 기계가 무조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기계도 사람이 만든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인공지능도 더욱 발전한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