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강덕철 선임기자 kangdc@kookje.co.kr

- 카드대란 발생 후 공식 출범
- 국민 신용회복 등 주요 임무
- 현재 취업지원센터까지 운영
- 법원과 협약 맺어 소송지원도

"채무로 인한 가정해체, 극단적 선택을 예방하기 위해 신용회복위원회를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는 한편 최근 들어 신청이 증가하는 젊은층의 신용회복을 위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최근 부산 연제구 국민연금공단 건물 16층 신용회복위원회(이하 신용위) 부산지부에서 만난 손용찬(41) 수석심사역은 지난 10여 년간 채무로 절망하는 이들을 수없이 '양지'로 끌어낸 신용위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손 수석은 "경기 침체와 실업난이 겹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채무에 각 가정과 개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늘고 있다. 신용위가 이런 분들의 채무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은 만큼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증가하는 20대 채무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며 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손 수석은 "대출업체가 문턱을 낮추다 보니 대학생과 청년들이 무분별하게 대출하다가 빚더미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 대학생·청년 햇살론을 확대 시행하고 저리 대출도 하고 있어 어려움에 부닥친 청년층은 언제든 신용위를 방문해 채무 문제 해결 방안을 찾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신용위는 카드대란이 발생한 2002년 10월 공식 출범했다. 손 수석은 "당시 소득이 없는 대학생까지 신용카드를 여러 장 발급받아 사용하는 등 전국적으로 신용카드 돌려막기가 성행했다"며 "이로 인해 금융채무 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120만 명에서 380만 명으로 급증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비영리 사단법인인 신용위를 출범시켰다"고 소개했다. 국민의 신용회복과 금융채무 해소가 신용위의 큰 임무였으며 부산에서는 2003년 12월 부산지부가 설립된 이후 사상구에 서 부산지부가 추가로 문을 열었다.

손 수석은 "초창기에는 채무상담과 개인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이 주된 업무였지만 점차 소액금융지원, 신용교육 등으로 업무가 확대됐다. 현재는 단순한 채무조정을 넘어 직장을 구해주는 취업지원센터까지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그는 도박 빚 때문에 이혼 위기에 처했던 한 남성을 재기시켜 준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신용회복을 신청하면 이혼하지 않겠다는 아내의 권유(?)로 신용위를 찾았으나 소득이 전혀 없어 채무 조정이 불가능한 남성이 있었다. 다행히 신용위 내 취업지원센터를 통해 울산의 기업체에 취직하면서 지금은 착실히 채무를 갚아나가고 있다"고 뿌듯해 했다.

지난 6월에는 전국 최초로 부산지방법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법원에 개인회생, 소비자 파산 등을 신청하는 사람에게 종합상담과 소송지원을 하면서 부산지부를 소송지원 분야의 중심지부로 부각시키기도 했다. 손 수석은 "신용위가 서류작성을 대행해주고 채무나 재산, 직업, 가족관계 등을 포함한 상담보고서를 작성해 첨부하면 법원에서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해준다. 법원 처리 기간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광주지부도 벤치마킹해 소송지원에 나서고 있다.

1974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부산상고(현 개성고), 동아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 서비스경영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2004년 신용위에 들어오기 전에는 동남은행에서 10년간 근무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