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시민제안 전달되기도 전
- 해당부서 가위질 안될 말
- 위원들 전문성 살리려면
- 임기 다시 2년으로 늘려야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이름 그대로 주민이 필요성을 느껴 제안한 사업에 대해 주민위원이 타당성을 검토하고 예산에 반영하는 제도다. 부산 구·군 가운데 2007년 해운대구가 가장 먼저 이를 도입했고, 부산시도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간 시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장직은 행정부시장이 맡았지만, 지난 7월 개정된 조례에 따라 제도 도입 첫해부터 위원으로 활동한 세무사 양은진(여·53) 씨가 지난달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최근 양 위원장의 서면 사무실에서 현행 주민 참여예산제도의 한계를 진단하고, 앞으로 필요한 보완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참여예산위 내부에서는 제도 도입 초기부터 위원회에 공무원에 참여하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양 위원장은 "부시장뿐 아니라 경제산업본부장 등 6명의 고위직 공무원은 행정전문가로서 위원회에 필요한 구성원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시민보다는 시의 입장으로 기울어진 채 위원회 업무를 처리할 공산도 크다"고 설명했다. 결국, 내부 논의와 조례 개정을 거쳐 민간 출신 위원이 위원장직을 맡게 됐다. 그 이후 위원들은 시에 민관협의체 구성을 건의해둔 상태다. 행정부시장 등 고위 공무원이 점차 위원회에서 빠져나가면 자칫 위원회 업무 자체에 대한 시의 관심마저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를 비롯한 대부분 구·군에서 시행 4년째를 맞고 있음에도 참여예산제도에 대한 주민 참여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민간 출신 첫 위원장인 양 위원장이 밝힌 견해다. 이는 제도 시행 초기부터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양 위원장은 "2012년 출범한 1기 위원회 70명 가운데 공모로 들어온 위원이 절반에도 못 미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출범한 2기 위원회는 순전히 공모로 선정된 민간위원 10명을 더해 80명으로 늘었다.

80명의 위원은 ▷기획행정 ▷경제문화 ▷복지환경 ▷해양교통 ▷도시안전 등 5개 분과위원회로 나뉘어 활동한다. 연중 1~5월 사이에 시민을 대상으로 원하는 사업을 공모하고, 6월 모든 위원이 한데 모이는 총회를 열어 신청 사업을 분과위별로 나눈다. 7월부터 예산 심사 등 업무 관련 회의를 분과위별로 진행하며, 10월에 한 차례 더 총회를 연다.

시민의 신청 사업은 시 부서별 검토를 먼저 거치는데, 일부 사업은 이 검토 단계에서 이미 탈락해 위원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위원들은 또한 각 부서가 판단한 사업의 '적정'과 '부적정' 여부를 함께 전달받는다. 양 위원장은 "시민 제안이 위원회에 전달되기 이전 부서가 '가위질'을 가하는 현행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며 "또 적정·부적정 여부는 예산위 검토 이후 위원에게 공개돼야 한다. 이 표기는 위원에게 이미 선입견을 준다"고 지적했다.

한편, 양 위원장은 조례를 개정하면서 2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 임기를 다시 늘릴 계획이다. "예산은 1년에 한 번 집행한다. 연임하더라도 1년의 임기는 경험 있는 위원의 위원회 참여와 원활한 심의에 걸림돌이 된다"고 양 위원장은 말했다.

심의 과정 개선뿐 아니라 참여예산제도 자체를 시민에게 널리 알리고 활성화하는 것은 양 위원장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양 위원장은 "내년에 예산박람회 주간을 갖고 구·군별로, 또 지하철 환승역마다 도우미를 배치해 제도의 취지를 알리고 현장에서 시민이 원하는 사업을 바로 신청받을 계획"이라며 "시민 제안을 수집하는 데 안테나를 곤두세우고 이를 실제로 예산에 반영해 사업을 성사시키는 것을 보여주면 참여예산제도의 운용과 결과에 대한 시민의 인식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1999년 세무사가 된 양 위원장은 지난 2월 부산대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세무법인 인성의 대표 세무사로 부산지방국세청 국선세무대리인, (재)부산경제진흥원 중소기업경영컨설팅 전문위원직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