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찾아가는 명상여행'

- 실용적 정보로 관심 뜨거워

- 영어·일어·중국어판 번역 중

 

- 동남아에 장학금·무료급식

- 사회봉사 활동도 적극적

보통 종교와 관련된 책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 힘들다. 책에 등장하는 단어부터 낯선 데다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산 여여선원 선원장 정여 스님이 쓴 '나를 찾아가는 명상여행(맑은소리 맑은나라·1만5000원)'은 종교 관련 책은 팔리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지난달 18일 출판 기념회를 열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2쇄에 들어갔다. 맑은소리 맑은나라의 김윤희 대표는 "예상보다 훨씬 책이 잘나가고 있다"며 "명상을 위한 실용적인 정보가 많아 독자의 관심을 얻는 듯하다"고 말했다. 

범어사 주지를 맡았던 정여 스님은 이른바 명상 예찬론자다. 정여 스님은 하루가 멀다고 터져 나오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의 해답으로 명상을 제시한다. 현대인의 마음은 갓 태어났을 때의 편안한 상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여 스님은 "우리 사회 힐링 열풍의 핵심은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내가 말하는 명상은 이탈한 마음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수행법을 뜻한다"고 말했다. 명상으로 개인의 마음이 평화에 머물면 사회 문제도 결국은 해결된다는 의미이다. 정여 스님은 현재 '나를 찾아가는 명상여행'을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번역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정여 스님은 명상만으로 세상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아니다. 사회봉사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세상을 향기롭게'라는 단체를 이끌며 매년 동남아 어린이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라오스, 미얀마 등지의 학생 210여 명이 중·고교 과정을 마칠 때까지 지원한다. 학교를 직접 설립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라오스에 영어전문학교를 짓고 있다. 현재 4층 건물의 2층까지 공사가 끝난 상태다. 교사 12명이 학생 410명을 가르치고 있다. 정여 스님은 '나를 찾아가는 명상여행'의 수익금 전액을 라오스 학교 건립 등에 사용한다.

정여 스님은 이와 함께 부경우리민족서로돕기의 공동대표도 맡았다. 북한 어린이들에게 신발과 빵 등 생필품을 전달하는 활동을 펼쳤다. 한 달에 한 번 금정구 서동과 동래시장 등지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에서 직접 봉사활동을 벌인다. 최근 명지의 다문화센터와 계약해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쉼터의 개원도 앞두고 있다. 정여 스님은 "명지 쪽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데, 이들이 서로 교류할 장소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며 "빠른 시일 안에 개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여 스님은 앞으로 화엄경 특강을 통한 포교 활동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정여 스님은 화엄경 특강을 위해 8년을 잡아놓은 상태다. "화엄경은 그 방대한 양과 심오한 내용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경전입니다. 완전하게 강의하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강의한다고 해도 8년은 족히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여 스님은 1974년 35세 나이로 범어사로 출가했다. 은사는 벽파 스님. 김천 청암사, 하동 쌍계사 등지에서 수행했다. 1995년 여여선원을 세우며 도심 포교 활동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