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20여년 전국 현장서 종횡무진
- 배스·뉴트리아 퇴치에도 열심
- 낙동강서 생태탐방선 등 운영
- 시민·학생에 자연주제 강의도

- 에코델타시티 반대 안하지만
- 매립쓰레기 정화작업이 우선

"주제가 낙동강이든 부산의 바다든, 시민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자연과 생태의 소중함을 알리는 거죠. 이를 위해선 관련 전문가 양성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20년 넘게 환경운동을 해오면서 제가 품고 있는 소망입니다."

백해주(53) 초록생활(그린라이프 네트워크) 대표는 말 그대로 환경 파수꾼이다. 오염이나 불법투기 현장이라면 산이든 바다든, 낮이든 밤이든, 부산이든 서울이든 가리지 않고 달려간다. 4대 강 사업 준설선이 방치돼 표류하다가 제2낙동대교를 충격한 현장, 서울 용산과 경기 파주의 미군기지 토양오염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도 그가 적발했다. 이 밖에도 선박 기름 유출이나 폐수 방류 등 환경에 '몹쓸 짓'을 했다가 백 대표에게 혼쭐이 난 사례가 셀 수 없이 많다.

그의 왕성한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토종 생태를 파괴하는 외래 동물들도 감시 대상이다. 백 대표는 수년째 낙동강에서 '괴물 쥐'라 불리는 뉴트리아와 물속의 포식자 배스 퇴치활동을 펴고 있다. 낙동강에 번식한 뉴트리아는 논밭을 훼손하는 건 물론 두꺼비와 맹꽁이를 죽이고 토종 수생식물을 갉아 먹는다. 토종 물고기의 씨를 말리는 배스도 위협적이다. 어른 손바닥만 한 붕어도 그대로 집어삼킨다. 그는 그동안 직접 뉴트리아를 잡아나서는 것뿐 아니라 포획해온 시민에게 포상금을 주는 행사 등을 진행했다. 그리고 최근엔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개발을 앞두고 낙동강 생태 지키기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백 대표는 "희한하게도 뉴트리아가 토종이 입맛에 맞는지 외래종은 잘 먹지 않는다. 이 때문에 뉴트리아가 지나간 자리엔 외래종만 영역을 확장한다"며 "부산시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뉴트리아 포상금을 늘리고 퇴치 홍보활동을 확대했으면 좋겠다. 배스 역시 작은 상품이라도 내걸고 낚시대회 등의 행사를 하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사실 처음부터 환경운동가는 아니었다. 세관 공무원으로 일하다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 중 1993년 당시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의 강의를 듣고 환경운동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부산환경운동연합 창립 회원으로 일했고, 2003년 지금의 초록생활을 만들었다. 그는 "막상 환경운동을 하니까 힘든 일이 정말 많았다. 인제야 조금 기반을 잡은 것 같다"고 했다.

백 대표는 현재 보트 2대와 29t짜리 환경감시선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배들은 선박의 불법투기나 해양오염을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감시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그가 가진 '환경·생태교육'의 꿈을 이루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다. 백 대표는 현재 낙동강하구에코센터와 함께 학생과 시민을 대상으로 생태탐방선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직접 선상에서 철새와 습지, 수생식물 등을 주제로 강의하며 열정을 쏟고 있다.

그는 낙동강 생태를 또 한 번 바꿔놓을 에코델타시티 개발에 대해서도 분명한 생각을 말했다. 백 대표는 "환경운동을 한다고 해서 에코델타시티 개발에 무턱대고 반대하지 않는다. 정말 친환경적으로 개발해 시민이 잘살고, 세계인이 찾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에코델타시티 부지는 원래 모래섬이었는데 과거에 매립을 하면서 생활쓰레기나 유해성 폐기물이 많이 묻혔다. 우선 이에 대한 정화활동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