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갔다 아트 페스티벌 제공

- 또따또가 성공에 임대료도 상승
- 작가뿐만 아니라 인근 상인까지
- 감당 못하고 거리 내몰릴 위기

- 이번 사업은 요소 건물 매입으로
- 대규모 개발 사전에 막자는 취지

- 요즘엔 부동산 찾아다니는 게 일

"이런 말도 통역이 되나요?" 지난 20일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 김희진 또따또가 운영지원 센터장이 어렵사리 꺼낸 말은 '알박기'였다. 후쿠오카와 부산 예술인들의 교류 행사인 '왔다갔다 아트 페스티벌'의 내년 기획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김 센터장은 또따또가의 연간 활동사항을 소개하면서 '문화 알박기'를 중점 추진 사항으로 소개했다. 알박기는 대지 조성이나 주택개발 사업 등이 이뤄지는 곳에 소규모 토지를 산 뒤 팔지 않고 버티면서 시가보다 몇 배나 비싼 값을 받아내는 행위를 말한다. 창작 공간을 운영하는 일본인 기획자들은 이 말에 흥미를 나타내며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 단어에 '문화'를 결합했다고 해서 나아질 일이 있을까. 외국인에게 소개해도 될 만한 일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문화 알박기가 무엇이냐고 묻자 김 센터장은 대뜸 "유행인데 몰랐어요. 요즘에는 문화계 사람보다 부동산 관계자들 만나는 게 일이에요"라고 말했다. 문화 알박기도 기본 개념은 기존의 알박기와 같다. 중구 중앙동 일대 요소마다 건물을 매입해 대규모 개발을 사전에 막고 원도심의 문화를 지키자는 취지이다.

또따또가는 예술 창작촌의 성공사례로 꼽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큰 문제가 있다. 예술 창작촌의 성공으로 건물 임대료가 오르면서 지역 발전을 이끈 예술가들이 내몰릴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또따또가 예술가들은 주로 사용하지 않던 건물에 입주해서 창작공간으로 삼고 작품활동을 해요. 중앙동 일대에 예술 창작촌이 생기고 유명세를 타면서 임대료 상승의 원인이 돼버렸어요. 처음 3년으로 계약하고 입주했는데, 이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오르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밝혔다.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작가들뿐 아니라 인근 상인들도 고생이다. "우리 예술가들이 거리에서 놀면 상인들 입장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아요. 식당 앞에서 공연하면 관객들이 식사는 않고 공연만 보고 가니까요. 상인들께 미안한 마음도 많은데, 지역에 애정이 있으니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시죠. 이분들 입장에서는 실제로 이득 보는 것도 없는데 임대료는 오르니까 답답할 노릇이죠."

실제로 인쇄골목의 몇 개 업체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이전하거나 폐업하기도 했다고 한다. 원도심의 문화를 살리겠다고 시작한 일이 토박이를 몰아내는 꼴이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 문화 알박기가 필요하다는 게 김 센터장의 주장이다.

"토박이가 떠나고 창작촌도 활기를 잃으면 뭐가 남겠어요. 결국 예전 모습이 하나도 남지 않는 개발이 휩쓸 뿐이죠."

문제는 예산이다. 한 해 예산 3억5000만 원 정도인 또따또가 입장에서 건물 매입은 불가능한 일이다. 중앙동 옛 한성은행 건물을 지키자는 차원에서 예술 창작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매입 요청을 부산시 등에 해뒀지만 답보 상태다. 그래서 건물 매입 의사가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설득을 하고 있다. 김 센터장이 부동산 관계자를 자주 만나는 이유이다.

김 센터장은 "건물주 중에서 문화적 생각이 있는 분들이 도와주겠다는 말을 많이 해서 다행입니다. 물론 개발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탐탁지 않겠죠. 하지만 잘 보존된 원도심을 다음 세대가 볼 때를 생각해 보세요. '이런 세상도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겠죠. 부산의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이 공간을 지켜내는 게 세대 간 소통의 열쇠가 아닐까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