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자체기술 선진국서 인정 받아
- 대기업 납품하다 브랜드 개발
- 등판능력·주행거리 단점 개선
- 부부 함께 해외시장에 눈 돌려

부산의 한 중소기업이 자체 기술로 만든 전기차(전동운반차)의 미국 수출길을 열어젖혀(본지 지난 21일 자 11면 보도) 지역 경제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주)성지기업 이명숙(여·51) 사장. 그를 부산 사상구 삼락동 본사 집무실에서 만나 전기차 개발 과정 등에 얽힌 얘기를 들어봤다.

"무엇보다 전기차 선진국인 미국으로부터 부산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장은 차분하지만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이같이 말했다. 성지기업의 전기차 생산은 이 사장과 그가 이끄는 연구진들의 끈질긴 집념과 도전정신이 낳은 결과다.

이 사장이 기업경영인의 길로 뛰어든 것은 20대이던 1988년으로, 일본 다국적기업의 한국지사에서 근무한 경험을 밑천 삼아서다. 당시 포클레인과 지게차 등의 프레임을 만들어 현대중공업에 납품했다. 회사는 그런대로 잘 굴러갔다. 현대중공업에 경쟁사가 만든 소형 승용차를 몰고 납품하러 갔다가 출입이 제지되자, 경찰 오토바이의 도움을 받는 기지를 발휘해 유유히(?) 통과한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그러나 대기업 협력업체의 설움은 성지기업에도 예외는 아니었고, 그럴수록 자체 브랜드에 대한 꿈은 커져갔다.

"꼭 4년 전입니다. 현대중공업 납품 사업을 정리하고 전기차 개발에 몰두했습니다. 그간 축적된 개발 노하우에 일본 업체와 부산테크노파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전기차 개발에 투입된 예산만 40억 원을 훌쩍 넘는다. 중소기업으로서는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각고의 노력 끝에 이륜차 'SSEED-1000'에서부터 삼륜차 'SSEED-2000', 미국 수출을 앞둔 농업용 'SSEED-3000', 레저용 'SSEED-4000' 등을 차례로 내놓게 됐다. 성지기업의 전기차는 저속운동 운반차량용 차동 및 변속모듈을 적용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에너지 소모가 적고 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인 등판능력과 주행거리를 개선한 것이다.

그러면 왜 하필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것일까. 이 사장은 "캐나다를 비롯한 대표적 녹색도시를 보면서 환경의 중요성을 절감했고, 자동차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던 것이 결합된 결과"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4층에 위치한 아담한 이 사장 집무실에서 바깥을 내려다보니 시원스러운 낙동강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늘 함께한 것이 친환경 차량을 개발하게 된 자산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성지기업의 전기차는 우선 해외시장 공략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성지기업은 올 11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리는 '세계테마파크협회(IAAPA)' 전시회에서 또 다른 수출판로를 개척할 계획이다. 국내 역시 일부 미비된 관련 법령이 정비되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례로 부산 중구청의 경우 이 회사의 삼륜오토바이를 도입, 민원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성지기업은 전동휠체어와 실버카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경남 밀양시 삼랑진과 전남 영광군에 공장 신축도 계획하고 있다.

최근엔 별도로 기업 경영을 해오던 이 사장의 남편(정한섭·56)도 성지기업 경영에 합류했다. 이 사장은 "평소에도 도움을 받았지만 아예 부부가 한 회사를 경영하게 됐으니 시너지효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