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하나뿐인 실업팀마저 해체된다면 부산의 여자 농구는 명맥을 유지하기도 어려워 질거예요. 해체하지 않도록 부산시체육회에 거듭 부탁드려요." 박현은(48) 동주여상 농구팀 감독은 기자와 대면하자마자 이같이 하소연했다. 시체육회가 운영하고 있는 여자농구팀이 자금난으로 곧 해체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광주에서 펼쳐진 전국체전에서 동주여상을 28년만에 우승으로 이끈 박 감독은 기쁨도 잠시, 실업팀 해체 소식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여자농구가 과거에 비해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그래도 부산에 하나뿐인 실업팀이 해체돼선 안됩니다. 과거부터 부산은 여자농구의 산실이었어요. 그나마 실업팀마저 해체되면 저변이 더욱 어려워질 겁니다."

박현은 동주여상 농구팀 감독은 "부산에서 농구가 명맥을 유지하면서 옛 명성을 회복하기위해서도 하나뿐인 여자실업팀의 해체만은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그가 실업팀 해체 소식을 이처럼 안타까워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그가 처음 농구를 시작한 1971년 당시엔 부산에 초등학교 농구부만 50여 개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초등학교 여자농구팀은 대신초등학교가 유일하다. 물론 여고 농구팀도 동주여상뿐이다. 그나마 지난 2005년 창단한 실업팀마저 해체된다면 여자 농구는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할지 모른다. 농구의 명문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쌓아온 동주여상도 선수를 못 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체전에서 선수 7명으로 우승을 일궈냈어요. 한명이라도 부상하면 시합하기가 어려울 정돕니다. 그런데 이 중 5명이 내년 2월에 졸업합니다. 부산에 하나 뿐인 동주여중 농구부의 졸업반이 2명 밖에 없어요. 서울까지 가서 선수 3명을 스카우트 했지요. 부산의 여자농구가 왜 이렇게 어렵게 됐는지… 정말 안타깝습니다."

박 감독은 초량초등학교 5학년 때 농구공을 잡았다. 뛰어난 재능으로 늘 포드나 센터를 봤다. 그는 '승부사'라는 별명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며 자신이 속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키 175㎝인 그는 농구선수로서 아주 큰 편은 아니지만 순발력이 뛰어났다. 지도자가 된 뒤에도 그가 이끄는 팀은 항상 정상에 섰다. 그가 2003년 11월 동주여상을 맡은 지 4년 만인 올해 전국체전 우승을 일궈냈다.

"1977~79년 3년간 동주여상이 전국체전 우승을 했지요. 1977년엔 저도 뛰었고요. 그 때가 전성기였어요. 그뒤 단 한 번도 우승을 못하다가 올해 무려 28년 만에 우승했습니다. 과거엔 선수로서, 이번엔 감독으로서 우승해 정말 기쁩니다. 사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도 우승 문턱까지 갔습니다. 선수 7명 중 3명이 퇴장당해 4명이 뛰어야 하는 불운을 겪었어요. 결국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지요."

그는 고교 졸업 후 국민은행에서 5년간 선수생활을 하다 24세 때인 지난 1983년 은퇴했다. 허리를 다쳐 더이상 선수생활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겐 불운이었다. 1982년에 국가대표로 선발돼 선수로서 한창 꽃 피울 시기였다.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경기에 나선 것은 1982년 대만에서 개최된 존스배 대회가 유일해요. 그 대회에서 일본 대만을 연파하고 결승에서 미국과 맞붙어 우승했어요. 당시 제가 베스트5에 들었지요. 하지만 그뒤 허리를 다쳐 국가대표를 할수도 없었고, 이듬해에 은퇴했습니다."

그는 은퇴후 1992년까지 국민은행에 근무하다 1993년 지도자로 나섰다. 해운대초등학교에서 첫 감독을 맡았다. 그뒤 대신초등 동주여중 감독을 거쳐 2003년부터 동주여상을 이끌고 있다. 지도자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대신초등학교 농구부 창단 첫해에 소년체전에서 동메달을 땄을 때라고. "감독으로서 우승도 여러번 해 봤지만 그 때의 동메달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4강전에서 패해 3, 4위전을 홈팀인 춘천초등과 맞붙었지요. 선수 6명 중 2명이 퇴장을 당했어요. 4명이 5명을 이긴 거지요. 너무 기뻐서 아이들을 부둥켜 안고 같이 엉엉 울었어요."

평생 코트를 누비며 피말리는 승부를 펼쳐온 박 감독. 그는 지금 코트밖에서 일합을 겨루는 형국이다. 부산시체육회가 실업팀을 유지해주기를 바라면서 백방으로 뛰고 있다. 그는 "농구와 함께 한 한평생에 후회는 없다"면서 "앞으로 후진을 양성하면서 부산에서 농구가 명맥을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