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尙憶臨溪講學年·상억임계강학년
서림에 고개 돌려 바라보니 마음 아득하고(西林回首意茫然·서림회수의망연)/ 아직도 시냇가에서 강학하던 그 시절 생각나네.(尙憶臨溪講學年·상억임계강학년)/ 지척에 있는 참된 근원을 찾아도 찾지 못하고(咫尺眞源尋不到·지척진원심부도)/ 지팡이 하나 짚은 채 저문 구름 가에서 서글퍼하네.(一筇惆悵暮雲邊·일공추창모운변)
위 시는 제목이 없고,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1542~1607)의 ‘서애선생 연보’(西厓先生 年譜) 권 2에 들어 있다. 그가 관직에서 물러난 뒤 스승인 퇴계 이황의 연보와 문집을 편찬하던 59세 때인 1600년(선조 33) 3월에 지은 작품이다.
이 무렵 그가 김이정(金而靜) 김사열(金士悅)에게 시 4수를 주었는데, 위 시는 그중 네 번째 작품이다. 김이정은 김윤안(金允安·1560~1622), 김사열은 김태(金兌)이다.
퇴계가 1570년에 세상을 떠난 뒤 이듬해부터 조목·이안도 등 문인과 후손이 유문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1573년에는 유성룡 등의 요청으로 조정에서 문집 간행을 명하기도 했으며,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수집·편집·교정이 계속되었다. 1600년 도산서원에서 ‘퇴계선생문집’ 초간본이 목판으로 간행되고, 그 뒤 유성룡이 편집한 ‘퇴계선생연보’도 판각되었다.
유성룡은 위 시에서 젊은 시절 퇴계의 문하에서 강학하던 때를 떠올리면서, 스승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가 전해준 도학의 ‘참된 근원’을 찾아가는 제자의 심정을 읊고 있다.
‘지팡이 하나(一筇)’와 ‘저문 구름(暮雲)’에는 노년에 접어든 제자가 세상을 떠난 스승을 그리워하는 쓸쓸함까지 겹쳐있다. 첫 구와 둘째 구에는 주희가 스승에게 도를 배우던 서림(西林·사찰 이름)과 퇴계가 주희의 학문을 흠모하던 서림, 그리고 유성룡이 퇴계에게 배웠던 강학의 추억이라는 사승(師承)의 계보가 담겨 있다.
그제(7일)부터 부산에서 하동의 칠불사 아래 화개면 범왕마을에 들어와 사시는 두 분을 새로이 받아 한시 공부를 시작했다. 필자와 동갑인 분은 30년 전, 73세인 또 한 분은 20년 전 들어오셨다. 한시 공부는 하기 나름이지만 생각보다 어렵다. 위 시처럼 깊은 뜻이 담겨 있기도 해 많은 주변 공부와 생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