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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593> 고려시대 문사 안축이 정자에서 매미 소리 듣고 읊은 시

높은 나무에는 이슬 먹은 매미 소리 들려오네(高樹露蟬聲·고수로선성)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  |   입력 : 2026-08-11 18:41:55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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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은 너무도 그윽하고 답답하여(公館多幽鬱·공관다유울)/ 옷자락을 걷어들고 뒤편 정자에 올랐네.(褰衣上後亭·건의상후정)/ 성긴 발 사이로 바람 불자 제비가 춤추고(疎簾風燕舞·소렴풍연무)/ 높은 나무에서 이슬 먹은 매미 소리 들려오네.(高樹露蟬聲·고수로선성)/ 땅이 오래되니 마을 모습도 고색창연하고(地古村容老·지고촌용로)/ 하늘은 낮게 드리워 물 위는 고요히 평평하네.(天低水面平·천저수면평)/ 시내와 산은 모두 전에 보아 익숙한 풍경이니(溪山皆舊眼·계산개구안)/ 지난해 이 길을 지나던 나를 기억하고 있으리라.(記我去年行·기아거년행)

위 시는 안축(安軸·1282~1348)의 ‘평해 공관 뒤편 정자의 시에 차운하다’(次平海公館後亭詩韻·차평해공관후정시운)로, 그의 문집인 ‘근재집(謹齋集)’ 권 1에 들어 있다.

답답한 공관에서 벗어나 정자에 올라 자연을 바라보며 마음을 달래는 정경시이다. 평해는 경상북도 울진의 옛 지명이다. 제비와 매미의 생동하는 여름 풍경에서 시작해, 오래된 마을과 고요한 수면을 지나 지난해의 추억으로 마음이 깊어지는 시이다.

안축은 본관이 순흥으로 지금의 경북 영주시 순흥면 사람이다. 고려 문과와 원나라 제과(制科)에 급제하였으며, 밀직부사·정치도감판사 등을 지냈다. 그의 문집 ‘근재집’에는 1330년 강릉도존무사로 부임했을 때 지은 시문집 ‘관동와주(關東瓦注)’를 비롯해 경기체가 작품인 ‘관동별곡(關東別曲)’과 ‘죽계별곡(竹溪別曲)’이 수록되어 있다.

필자는 어제와 그제 저녁 무렵 화개장터가 있는 화개면 소재지에서 목압서사까지 걸었다. 6.5㎞가량 거리다. 정금마을로 들어가는 다리 입구에서 신촌다리까지 찻길 아래 계곡을 끼고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이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비가 내리지 않아 계곡 물이 많지 않지만, 그래도 물소리가 상쾌했다. 그런데 갑자기 나무 위에서 매미 우는 소리가 들렸다.

지리산 화개골에는 매미 소리를 잘 들을 수 없다. 산 기온이 낮아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왜 그런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부산에 살 적에는 밤낮으로 우는 매미 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질 정도였는데 말이다. 그리하여 매미 소리와 관련한 시를 뒤지다가 안축의 위 시를 골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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