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내려 오늘 아침 불볕더위 씻어 내리니(甘霔今朝滌旱炎·감주금조척한염)/ 하늘 가득 내리는 빗방울 발과 처마로 들이치네.(滿天飛沫入簾簷·만천비말입렴첨)/ 시원한 기운 우리 왕의 은혜임을 알겠으니(泠然已覺吾王賜·영연이각오왕사)/ 관을 벗고 난간에 기대어 비 피하지 않네.(露頂憑欄不避霑·노정빙란불피점)
위 시는 조선 후기의 문신인 동강(東江) 신익전(申翊全·1605~1660)의 ‘오랜 가뭄에 비를 만나다’(久旱逢雨·구한봉우)로, 그의 시문집인 ‘동강유집(東江遺集)’ 권 9에 들어 있다.
그는 영의정을 지낸 신흠의 아들로, 김상헌의 문하에서 수학하여 1636년(인조 14) 별시 문과에 급제했다. 병자호란으로 형 신익성 최명길 등과 같이 소현세자를 따라 청나라 심양에 볼모로 잡혀갔다가, 심양에서 돌아와서는 사간원사간·광주목사 등을 지냈다. 1639년 서장관으로 청나라 연경에 다녀왔다. 효종 때 병조참판·한성부좌윤을 거쳐 승정원도승지를 역임했다.
위 시는 오랜 가뭄과 무더위 끝에 내린 단비를 읊고 있다. 마지막 구절 ‘비 피하지 않네’에는 단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기뻐하고 감사하는 시인의 마음이 잘 드러난다. 요즘 불볕더위가 극성을 부린다. 경남 양산은 41도를 넘겨 기상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목압서사가 있는 지리산 화개골도 연일 38도를 웃돈다. 하지만 산이 깊고 큰 계곡이 있어 밤과 새벽에는 서늘하다. 강력한 태풍 13호 ‘돌핀’이 올라온다고 해도, 날씨 예보를 보니 앞으로 열흘 동안은 불볕더위가 계속된다고 한다.
이럴 때 위의 시처럼 시원한 단비가 내린다면 얼마나 반가울까? 가뭄이 계속되니 필자 마을 앞을 흐르는 화개동천(花開洞川)에 물이 말라 거의 졸졸거리는 수준이다.
예년 같으면 부모님과 함께 마을 민박집에 피서온 아이들이 물놀이하며 내지르는 소리에 절로 기분이 좋았을 때다. 아기가 태어나지 않는 산촌이다 보니 아이들만 봐도 흐뭇한데 말이다.
요즘은 일기 예보가 잘 돼 있으니 말이지, 예전 같았으면 기우제(祈雨祭)를 올리는 등 야단도 아니었을 것이다. 아무쪼록 하루라도 빨리 단비가 내려 이 불볕더위를 씻겨 주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