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塵囂滌盡胸襟靜·진효척진흉금정
병든 몸 문 열고 오래도록 홀로 앉았는데(病客開門獨坐久·병객개문독좌구)/ 오늘 밤 달빛은 초여름 달빛이네.(今宵月色夏來初·금소월색하래초)/ 뜰 가 늙은 나무엔 짙은 그늘이 돌고(庭邊老樹濃陰轉·정변노수농음전)/ 하늘 끝 뜬구름은 옅은 그림자 성기네.(天際浮雲淡影疎·천제부운담영소)/ 이 맑은 경치는 함께 누려야 마땅하건만(淸景祇應人共得·청경지응인공득)/ 그윽한 마음은 나만 따로 사는 듯하네.(幽情還似我偏居·유정환사아편거)/ 세상 시끄러움 씻겨 가슴이 고요하니(塵囂滌盡胸襟靜·진효척진흉금정)/ 밤기운의 뜻은 맹자의 글에서 살펴야 하리.(夜氣須詳亞聖書·야기수상아성서)
위 시는 조선 후기 학자이자 문인인 강재(剛齋) 송치규(宋穉圭·1759~1838)의 ‘여름밤에’(夏夜·하야)로, 그의 문집인 ‘강재집(剛齋集)’ 권 1에 들어 있다.
마지막 구의 ‘아성(亞聖)’은 맹자를 가리키고, ‘야기(夜氣)’는 맹자의 가르침을 담은 책 ‘맹자’의 ‘고자(告子)’ 상(上)편에 나오는 말로, 밤부터 아침까지 사물과 접촉하기 이전의 맑은 기를 가리키는데, 사람이 타고난 착한 마음이 발현된다고 한다. 본관이 은진(恩津)인 송치규는 조선 후기에 시강원찬선·대사헌·이조참판 등의 벼슬을 받았으나 나아가지 않고 이이와 김장생, 송시열의 학문을 계승하였으며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그는 송시열의 6대손으로 김정묵(金正默)의 문인이다.
위 시는 병든 몸으로 여름 달밤에 홀로 앉아 맑은 경치를 바라보다가, 세속의 시끄러움이 씻겨 마음이 고요해지는 경지를 느낀다. 그리고 그 뜻을 ‘맹자’의 ‘야기(夜氣)’에서 찾고자 한 내용이다.
요즘 여름 날씨가 그야말로 도깨비(?) 같다. 폭우가 쏟아질 때는 한정 없이 퍼붓다가, 그치고 나면 너무 덥다. 섭씨 35도를 넘어 40도에 육박하는 지역도 있다. 밤에는 열대야가 이어진다. 목압서사가 있는 지리산 화개골은 새벽녘에는 쌀쌀해 이불을 덮고 잔다.
위 시를 읊은 송치규처럼 필자도 잠을 자주 설친다. 새벽 2, 3시쯤 깨면 책은 못 읽고 차를 우려 마신다. 세상이 고요하기 그지없다. 그러다 새벽 4, 5시쯤 다시 눈을 조금 붙인다. 많은 분이 마찬가지로 쉬이 잠들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