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585> 여름밤 홀로 앉아 달빛을 보며 시 읊은 강재 송치규

세상 시끄러움 씻겨 가슴이 고요하니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  |   입력 : 2026-07-14 18:33:08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塵囂滌盡胸襟靜·진효척진흉금정

병든 몸 문 열고 오래도록 홀로 앉았는데(病客開門獨坐久·병객개문독좌구)/ 오늘 밤 달빛은 초여름 달빛이네.(今宵月色夏來初·금소월색하래초)/ 뜰 가 늙은 나무엔 짙은 그늘이 돌고(庭邊老樹濃陰轉·정변노수농음전)/ 하늘 끝 뜬구름은 옅은 그림자 성기네.(天際浮雲淡影疎·천제부운담영소)/ 이 맑은 경치는 함께 누려야 마땅하건만(淸景祇應人共得·청경지응인공득)/ 그윽한 마음은 나만 따로 사는 듯하네.(幽情還似我偏居·유정환사아편거)/ 세상 시끄러움 씻겨 가슴이 고요하니(塵囂滌盡胸襟靜·진효척진흉금정)/ 밤기운의 뜻은 맹자의 글에서 살펴야 하리.(夜氣須詳亞聖書·야기수상아성서)

위 시는 조선 후기 학자이자 문인인 강재(剛齋) 송치규(宋穉圭·1759~1838)의 ‘여름밤에’(夏夜·하야)로, 그의 문집인 ‘강재집(剛齋集)’ 권 1에 들어 있다.

마지막 구의 ‘아성(亞聖)’은 맹자를 가리키고, ‘야기(夜氣)’는 맹자의 가르침을 담은 책 ‘맹자’의 ‘고자(告子)’ 상(上)편에 나오는 말로, 밤부터 아침까지 사물과 접촉하기 이전의 맑은 기를 가리키는데, 사람이 타고난 착한 마음이 발현된다고 한다. 본관이 은진(恩津)인 송치규는 조선 후기에 시강원찬선·대사헌·이조참판 등의 벼슬을 받았으나 나아가지 않고 이이와 김장생, 송시열의 학문을 계승하였으며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그는 송시열의 6대손으로 김정묵(金正默)의 문인이다.

위 시는 병든 몸으로 여름 달밤에 홀로 앉아 맑은 경치를 바라보다가, 세속의 시끄러움이 씻겨 마음이 고요해지는 경지를 느낀다. 그리고 그 뜻을 ‘맹자’의 ‘야기(夜氣)’에서 찾고자 한 내용이다.

요즘 여름 날씨가 그야말로 도깨비(?) 같다. 폭우가 쏟아질 때는 한정 없이 퍼붓다가, 그치고 나면 너무 덥다. 섭씨 35도를 넘어 40도에 육박하는 지역도 있다. 밤에는 열대야가 이어진다. 목압서사가 있는 지리산 화개골은 새벽녘에는 쌀쌀해 이불을 덮고 잔다.

위 시를 읊은 송치규처럼 필자도 잠을 자주 설친다. 새벽 2, 3시쯤 깨면 책은 못 읽고 차를 우려 마신다. 세상이 고요하기 그지없다. 그러다 새벽 4, 5시쯤 다시 눈을 조금 붙인다. 많은 분이 마찬가지로 쉬이 잠들지 못할 것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조용히 작품의 중심 잡아주던 사람…‘영원한 별’ 안성기 추억하다
  3. 3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4. 4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5. 5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6. 6“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9. 9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10. 10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3. 3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4. 4김민석, 주진우 겨냥 “막말 땐 자격 정지 추진”
  5. 5與, 신천지 가입 정황 확인…후속 조치 주목(종합)
  6. 6李대통령 “늘어난 청소년 자살률…학업문제 등 강력한 대책 찾아야”
  7. 7KTX·SRT 통합, 이재용·최태원 증인채택 두고 여야 신경전
  8. 8강경화 “한미 협의 쉽지 않아” 시인…국힘 “정부, 혈맥 막혔는데 뭐하나”(종합)
  9. 9“부산 情 담은 뮤지컬 ‘당신만이’를 관광 콘텐츠로”
  10. 10국힘 ‘골프 특검법’ 예고하며 공세…주진우 ‘명 끊을 때’ 댓글에 與 격분
  1. 1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2. 2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3. 3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4. 4해양·파생특화 넘어 디지털금융으로…부산 금융도시 고도화
  5. 5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심사 개시…사고관리계획서도 상정(종합)
  6. 6반도체주 추락에 5%대 급락…코스피 간신히 6000선 방어(종합)
  7. 7해수장관 “내년 북극 시범운항 車운반선 등 확대”(종합)
  8. 8광고산업 수도권 집중 심화…“지역업체 살려야”
  9. 9주가지수- 2026년 10월 13일
  10. 10부산이 원했던 금융위원회, 결국 세종으로 간다…지역 반발 거셀 듯
  1. 1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2. 2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3. 3정신건강복지법 개정 갈등 심화…부산지역 심리학과 등 시국선언
  4. 4동명대 스마트해양, 신라대 AI웰라이프, 고신대 AI헬스케어
  5. 5출처불명 선박 ‘뒷기름’ 40억 원어치 유통업자 집유 2년
  6. 6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87> 배우 강석우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4일
  8. 8부산외고 학생들, 독립운동가 후손 초청 감사제
  9. 9“창원시민 필요한 사업 100개 추진할 것”
  10. 10단일 고분자반도체 3진 논리 소자 개발
  1. 1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2. 2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3. 3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4. 4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5. 5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6. 6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7. 7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8. 8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9. 9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10. 10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