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비 속 외로운 등불, 쓸쓸함만 함께하고(寒雨孤燈伴寂寥·한우고등반적료) / 고향 산천은 꿈에 드나 길은 아득하네.(鄕山入夢路迢迢·향산입몽로초초) / 병 많은 몸, 재주도 쓰일 곳 없으니(身多疾病才無用·신다질병재무용) / 하룻밤 그리움에 귀밑머리만 시드네.(一夜思歸兩鬂凋·일야사귀양빈조)
위 시는 석담(石潭) 이윤우(李潤雨·1569~1634)의 ‘책을 읽으며 마음속 회포를 읊다’(書懷·서회)로, 그의 문집인 ‘석담집(石潭集)’ 권 1에 실려 있다.
이윤우는 경북 성주 출신의 문신으로, 식년문과 급제 후 예문관·성균관 사성·공조참의 등을 역임한 문신이다.
위 시는 객지의 쓸쓸한 밤을 배경으로, 병든 몸과 쓰이지 못한 재주,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읊고 있다. 그가 위 시를 읊은 객지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
이윤우는 아들 이도장(李道章·1607~1677)을 데리고 경북 칠곡군 왜관읍 매원마을로 이주하였다. 이도장의 차남인 박곡(朴谷) 이원록(李元祿·1629~1688)이 뿌리를 내리며 집성촌을 이뤘다. 이원록은 1663년(현종 4)에 대과에 장원 급제하여 병조참의·경상도관찰사·예조참판을 거쳐 대사헌을 다섯 차례나 역임하였다. 1688년(숙종 14)에 사망하자 숙종이 제문을 지어 내렸으며, 불천위(不遷位)로 모셔져 있다.
매원마을은 조선시대 안동 하회마을 및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영남 3대 반촌(班村)이다.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이 2023년 우리나라 마을 단위 최초로 칠곡 매원마을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 역사성과 시대성을 갖춘 다양한 요소가 있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4일 오후 매원마을의 고택인 지경당(止敬堂)에서 ‘화개 차(茶)와 우리나라 차의 역사’를 주제로 두 시간 특강했다. 올해 차회(茶會) 결성 40주년이 된 영남차회(嶺南茶會)의 3년 교육과정인 대학원을 마친 차인 36명을 대상으로 한 강의였다. 영남차회는 우리나라 단위 차회로는 가장 회원이 많고 교육과정이 잘 짜여 있다는 평을 듣는다.
강의 전에 박곡 이원록 종택 등 마을을 둘러보았다. 박곡 종손을 비롯한 후손 등으로부터 마을의 역사와 인물 등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