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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548> 정월대보름 무렵 매화 시 읊은 18세기 문신 이재(李縡)

한 해를 넘기도록 향기로운 덕을 지니는구나(馨德經年長自守·형덕경년장자수)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  |   입력 : 2026-03-03 18:39:25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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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온갖 꽃을 낳아 피고 지게 하는데(天生百花有開落·천생백화유개락)/ 꽃이 핀 후에는 원래 열흘을 가지 못한다네.(開後元無十日久·개후원무십일구)/ 연꽃이 피고 지는 것은 아침저녁 사이이고(池荷盛衰朝暮間·지하성쇠조모간)/ 복사꽃 오얏꽃이 화려하게 피는 것도 잠시라네.(桃李繁華片時有·도리번화편시유)/ 아, 너는 타고난 기운이 가장 곧아(嗟爾稟氣最貞固·차이품기최정고)/ 한 해를 넘기도록 향기로운 덕을 지니는구나.(馨德經年長自守·형덕경년장자수)/ 음(陰·차가움) 사이에서 비로소 일양(미세한 기운)과 함께 생겨나니(陰中初共一陽生·음중초공일양생)/ 대한 후에 따뜻한 기운이 뒤따라 생기는구나.(暖律仍隨大寒後·난율잉수대한후)/ 겨울에서 봄 사이는 만물이 변화하는 기점인데(貞元之際萬化軸·정원지제만화축)/ 이런 분명한 이치를 너만 유독 받았구나.(一理分明爾偏受·일리분명이편수)/ 늙은이는 고생 마다 않고 날마다 찾아오니(老夫日來不辭勞·노부일래불사로)/ 좌중엔 손님이 가득하고 동이엔 술도 있구나.(座上客滿尊有酒·좌상객만준유주)/ 곧 정월대보름이 될 터인데(直須看到上元間·직수간도상원간)/ 어떤 게 매화에 이어서 꽃을 피울까.(不知早花誰繼否·부지조화수계부)

위 시는 도암(陶菴) 이재(李縡·1680~1746)의 ‘날마다 매화 아래에 가다’(逐日到梅下·축일도매하)로, 그의 문집인 ‘도암집(陶菴集)’ 권 4에 실려 있다.

그는 알성문과와 문과 중시에 급제해 사가독서(賜暇讀書·문흥을 위해 젊고 재능 있는 관료에게 독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휴가를 내리던 제도)를 했으며, 이후 대사헌·이조참판·대제학 등을 역임한 문신이다.

시가 길지만 내용이 좋아 원문을 그대로 인용한다. 꽃 중에 매화만이 해가 바뀌는 음력 설 전에 개화하여 해를 넘긴다며 매화의 덕을 칭송하는 내용이다. 이재는 날마다 매화 아래에 가는데 정월대보름 무렵 위 시를 읊으며 매화에 이어 어느 나무가 꽃 피울까라며 시를 마무리한다.

어제가 정월대보름이었다. 이곳 하동 화개와 악양 등지에서는 어제 지역별로 주민이 섬진강 변에서 달집태우기를 했다. 모레 5일이 경칩인데 벌써 개구리가 밤이면 울어대고 있다. 매화는 하루가 다르게 꽃을 피운다. 시기와 어울려 위 시를 골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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