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全光道大水, 渰死者七十三人·전광도대수, 엄사자칠십삼인

“경상도 삼가 현감 이보지(李寶之)가 어전(魚箭)을 설치하다가, 때마침 폭우로 갑자기 물이 불어나서 군정 38명이 익사하였다. …”(慶尙道 三嘉守李寶之結魚箭, 會雨急水漲, 軍人三十八名溺死·경상도 삼가수이보지결어전, 회우급수장, 군인삼십팔명익사)

위 첫째 문장은 1434년(세종 16년) 1월 26일 3번째 기사로, ‘세종실록’ 63권에 수록돼 있다. 어살이라고도 하는 어전을 설치하던 군인 38명이 폭우로 인해 익사하였다는 내용이다.

“전광도(全光道)에 큰비가 내려 물에 빠져 죽은 자가 73인이었고, 인가(人家)가 표류하거나 무너진 것이 484호였다.”(全光道大水, 渰死者七十三人, 人家漂壓者, 四百八十四戶·전광도대수,엄사자칠십삼인, 인가표압자, 사백팔십사호)

위 문장은 1735년(영조 11년) 5월 28일 정묘 4번째 기사로, ‘영조실록’ 40권에 들어있다. 전라도에 큰비가 내려 인명피해가 많았고, 무너지거나 떠내려간 집도 485호였다.

1728년(영조 4)부터 1738년까지 전라도를 전광도로 이름을 고쳐 불렀다. 전라도라는 원래 이름이 전광도로 바뀌게 된 이유는 영조 4년에 일어난 이인좌의 난 때문이다. 1896년 이전의 전라도를 전라남도와 북도로 나뉘었다.

1959년 태풍 ‘사라호’ 때는 849명이 죽거나 실종되었고, 이재민이 약 37만 명이나 발생했다. 2003년 태풍 ‘매미’가 왔을 때는 인명피해가 사망 95명, 실종 31명으로 126명이었다.

지난 주에는 전국적인 폭우로 인명피해가 많았다. ‘사망자가 18명, 실종자가 9명 발생했다. 이번 집중호우 피해로 몸을 피한 주민은 15개 시도에서 9887세대, 1만 4166명으로 집계됐다.’(국제신문 7월 21일 자 보도) 인명피해가 집계 이후로 더 늘었을 수도 있다.

필자가 사는 화개골짜기에도 두 명의 인명피해가 있었다고 한다. 목압서사가 있는 목압마을 주민도 한 명 실종돼 마을이 뒤숭숭하다.

비가 내리면 지리산 주 능선에서 계곡으로 흘러내리는 물살을 보면 겁이 난다. 물살 밑으로 구르는 바위 소리가 탱크 소리 같다. 폭우가 내려서는 안 되겠지만, 더더욱 인명피해는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