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09> 정포가 가을에 울산 태화루에서 해봉과 헤어지며 읊은 시

석양은 부여잡은 옷소매에 비치고(斜陽照執袂·사양조집몌)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10-01 18:43:00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술잔 기울이며 함께 만난 곳(尊酒相逢地·준주상봉지)/ 가을바람은 끝없이 불어오누나.(秋風欲盡頭·추풍욕진두)/강산은 맑기가 그림 같은데(江山淸似畵·강산청사화)/ 세월은 빠르기가 물결과 같네.(光景疾如流·광경질여류)/ 내 뜻을 무엇으로 말미삼을까?(吾意何由滿·오의하유만)/ 그대 발길 잠시도 머물지 않네.(君行不少留·군행불소류)/ 석양은 부여잡은 옷소매에 비치고(斜陽照執袂·사양조집몌)/ 우리 함께 대화루에 기대어 섰네.(共依大和樓·공의대화루)

위 시는 설곡(雪谷) 정포(鄭誧·1309~1345)의 ‘태화루에서 해봉을 보내며’(太和樓送海峯·태화루송해봉)으로, 그의 문집인 ‘설곡집’(雪谷集) 권 하(下)에 수록돼 있다. 정포가 해봉이라는 사람을 보내기 위해 태화루에서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읊은 시이다. 정포는 고려 후기 1342년(충혜왕 복위3년) 원나라에 가 왕제(王弟)를 도우려 한다는 모함을 받아 울주(蔚州·현 울산) 군수로 좌천성 유배를 당해 와 있을 때이다.

수련의 내용을 볼 때 계절은 가을이고 때는 석양 무렵이다. 함련은 태화루에서 본 풍경이다. 태화루는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와 더불어 영남 3대 누각이다. 태화강변 태화루는 빼어난 풍광으로 수많은 시인 묵객이 찾던 곳이다. 4구 “세월은 빠르기 물결과 같네” 표현은 태화루 아래 용검소(龍黔沼)를 흘러가는 빠른 물살에 비유한 것이다. 경련에서는 해봉을 보내기 섭섭한 정포의 마음을 나타낸다. 미련에서는 이별의 섭섭함에 해봉의 옷소매를 붙잡고 놓지 못한다.

해봉 역시 같은 심정이었으리라. 두 사람은 한참을 그렇게 태화루에 서 있다. 석양이 두 사람을 비춘다. 마지막 구 ‘대화루’는 태화루를 일컫는다. 정포는 1343년 여름 울주에서 안동으로 이배되었다가 그해 겨울 유배에서 풀려났다. 그는 1326년(충숙왕 13) 과거에 급제한 문신으로, 고려 후기를 대표하는 시인 중 한 명이다.

그제 저녁에 고교 동창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태화루에서 읊은 한시 좋은 것 없을까? 서울에서 친구들이 와 울산 자랑을 하다가 태화루 이야기를 하는데 외우는 한시가 있었으면 읊어 폼 좀 잡았을 텐데. 여하튼 한 수 소개해 달라”고 했다. 그리하여 고민하다 정포의 위 시를 소개해 줬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부산 매출 1위 ‘본사 이전’ HMM…전국 매출 1000대 기업 부산 31곳
  3. 3‘국민아버지’ 배우 최불암 떠나보내며
  4. 4[뭐라노]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뒷북 안전펜스
  5. 5‘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6. 6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7. 7[사설]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8. 8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9. 9“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10. 10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1. 1“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2. 2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3. 3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4. 4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5. 5민주, 5일 조희대 국조요구서 보고…국힘 “탄핵 역풍 맞을까 질질 끌어”
  6. 6이해충돌 빗장 풀려는 시의회…“사익추구” vs “전문성 강화”
  7. 7보수 차기 경쟁 본격…張 “민생 예산 증액”·吳 “모두 힘합쳐야”·韓 “상향식 공천”
  8. 8북한 해커들, 바이낸스서 탈취한 자금 '2차 세탁' 중
  9. 9국힘 새 당무감사위원장 양준모 교수
  10. 10[속보] 北김여정, 바이낸스 사태에 "美 정치적 도발…예의주시"
  1. 1부산 매출 1위 ‘본사 이전’ HMM…전국 매출 1000대 기업 부산 31곳
  2. 2‘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3. 3[뭐라노] ‘김해공항 최장노선’…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주식 팔면 다음날 돈 받는다…증권시장 결제주기 하루 단축
  5. 5정부, 2023년 중단했던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재추진 본격화
  6. 6K-팝 열풍 타고 부산관광 키운다…한류산업 진흥 조례 추진
  7. 7호반, 한진칼 최대주주 기업결합 신고
  8. 8신규 원전 건설…고준위 방폐물 1만8000다발 추가 발생 전망
  9. 9“올해 북극항로 이용 150척…역대 최다 전망”
  10. 10“9증9포 독보적 특허 ‘명품 홍삼’…글로벌 1위 도전”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뭐라노]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뒷북 안전펜스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5. 5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6. 6모집 공고만 15차례…부산 보건소도 ‘의느님’ 모시기 진땀
  7. 7노사 마찰에 현대차 울산공장 제네시스 생산라인 이틀째 중단
  8. 8[속보]李 정부 초대 공소청 수장 후보자 3인 압축 전망
  9. 9국제사우회 “지광 손 뗄 때까지 함께 싸울 것”
  10. 10인니 선원 모텔 감금 혐의 경호원들 송치(종합)
  1. 1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2. 2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3. 3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4. 4[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5. 5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6. 6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7. 7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8. 8“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9. 9“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10. 10부산과기대, 제107회 전국체전 야구 우승…‘3년 연속 메달’ 쾌거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