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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83> 자신 회갑일에 어머니 그리며 시 읊은 통영 유학자 강시중

어머니 돌아가시고 매일 (은혜) 갚아도 끝이 없네(喪餘日日報無窮·상여일일보무궁)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6-25 18:36:38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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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오늘 이 뜰 가운데서(去年今日此庭中·거년금일차정중)/ 사위가 준 술 마시고 고운 옷 입고 함께 춤추었네.(壻酒嬌衫拜舞同·서주교삼배무동)/ 어찌 죽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을 슬퍼하랴?(安得呱呱長不死·안득고고장불사)/ 어머니 돌아가시고 매일 (은혜) 갚아도 끝이 없네.(喪餘日日報無窮·상여일일보무궁)/ 머리에는 완연히 두건을 쓰고(頭邊宛若加巾帽·두변완약가건모)/ 문 위에는 그대로 시봉이 걸려있네.(戶上依然掛矢蓬·호상의연괘시봉)/ 아, 내 동생 한과 조카 정호가 오니(嗟我弟翰來侄政·차아제한래질정)/ 우리 식구들 모두 어머니께서 기르셨네.(吾家百口母兮躬·오가백구모혜궁)

위 시는 경남 통영시 도산면 원산리 출신 근대 유학자 방산(芳山) 강시중(姜時中·1876~1940)의 ‘회갑일에 어머니의 영전에서 곡을 하다’(回甲日 哭母氏靈座前·회갑일 곡모씨영좌전)로, 그의 유고집인 ‘방산유고(芳山遺稿)’에 들어있다.

위 시는 자신의 회갑인 1936년 12월 10일, 어머니 영전에 곡하며 지었다. 자신의 생일에 늘 사위와 딸이 음식을 하고 옷을 지어 와 어머니와 함께 즐겼다. 오늘 회갑일에 또 사위와 딸이 음식과 옷을 가져왔는데 어머니가 계시지 않아 너무나 슬프다. 6행 ‘시봉(矢蓬)’은 ‘예기’ 내칙(內則)에 나오는 말로 태어난 아이가 원대한 포부를 품고 대업을 이루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겼다.

강시중은 진주 강씨 박사공파 26세손이자 세조 때 영의정을 지낸 문경공(文敬公) 맹경(孟卿)의 17세 손이다. 15살에 통영의 유학자 죽일(竹逸) 정호용(鄭灝鎔·1855~1935) 문하에서 본격적인 학문을 했다. 이후 서부경남을 중심으로 활동한 강시중은 일본의 침탈을 목도하고 교육만이 현실 극복의 유일한 길임을 자각해 원산리에 도원학당(道院學堂)을 열고, 도산면 최초 도산공립보통학교 설립에 힘을 기울였다.

강시중의 증손자 강병수(62) 부산 금정고 교장으로부터 ‘방산유고’를 받았다. 이 문집에는 시·서간문 등이 실려 있어 지방에서 활동한 지식인의 일상과 고민을 엿볼 수 있다. 필자는 가끔 보내오는 문집을 훑어본 뒤 목압서사에서 한학 공부를 하는 학인들에게 소개한다. ‘방산유고’도 몇 번 언급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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