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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58> 수선화를 좋아하여 시를 읊은 추사 김정희

맑은 물에서 해탈한 신선을 정말로 보는구나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3-24 18:33:51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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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水眞看解脫仙·청수진간해탈선

한 점의 겨울이 송이송이 동그랗게 피어나더니(一點冬心朶朶圓·일점동심타타원)/ 그윽하고 담백한 기품이 냉철하고도 빼어나네.(品於幽澹冷雋邊·품어유담랭준변)/ 매화가 고상하다지만 뜰을 못 벗어나는데(梅高猶未離庭砌·매고유미리정체)/ 맑은 물에서 해탈한 신선을 정말로 보는구나.(靑水眞看解脫仙·청수진간해탈선)

위 시는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86~1856)의 ‘수선화(水仙花)’로, 그의 문집인 ‘완당집(阮堂集)’ 권10에 들어있다. 제주 유배 시절 지은 시이다.

첫 구에 “한 점의 겨울이 송이송이 동그랗게 피어나더니”라고 한 것은 겨울에 핀 수선화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옛사람들은 빨리 봄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를 그렸다. 가장 추운 동지부터 헤아려 81일간을 구구(九九)라 했다. 그 수만큼 매화를 그려놓고 하루 한 개씩 홍매화로 채색했다. 구구가 되는 3월 10일께 소한도를 걷어내고 뜰 앞에 핀 진짜 매화를 맞았다.

‘이십사번화신풍(二十四番花信風)’이라는 말도 있다. ‘소한(小寒)부터 곡우(穀雨)까지 스물네 번 꽃 소식을 전하는 바람이 있다’는 뜻이다. 8절기(소한·대한·입춘·우수·경칩·춘분·청명·곡우)마다 3종류 꽃이 피었다. 모두 24종류 꽃이 피고 진다. 수선화는 매화·동백꽃과 더불어 빨리 피는 꽃에 해당된다. 수선화는 ‘설중화(雪中花)’로도 불리는데, 제주에서는 12~3월에 핀다.

추사는 24세 때 아버지 김노경을 따라 중국 연경에 갔다가 겨울에도 피어나는 수선화에 매료되었다. 허련이 제작한 ‘완당탁묵첩 수선화부’에는 현전하지 않는 추사의 수선화 그림이 판각되어 있다. 추사는 뜰 안에서 사랑받는 매화와 달리 추운 겨울 들판에서 꽃을 피운 수선화에 제주도에 유배돼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반영했을지도 모른다.

어제 신라 마지막 임금 경순왕 어진이 모셔진 경남 하동 청암면 소재 경천묘(敬天廟)에서 대제가 봉행돼 참석하였다. 경천묘 인근 주택 앞에 수선화가 유난히 노랗게 핀 모습이 필자 마음에 담겼다. 그러자 추사가 떠올랐던 것이다.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라는 시도 유명하지 않은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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