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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28> 아이들과 시를 주고받으며 가정교육을 했던 홍인모

공부하는 건 탑을 오르기와 같나니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12-05 19:07:02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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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進學同升塔·진학동승탑

한밤중에 가끔 조용히 앉아서(中宵時靜坐·중소시정좌)/ 밝은 등불 마주해도 부끄럽지 말아야 하리.(不愧對明燈·불괴대명등)/ 몸이 건강하면 지금 여기가 옛날이고(身喜今猶古·신희금유고)/ 마음을 비우면 불길도 얼음처럼 식는다(胸空火與氷·흉공화여빙)/ 이 관문을 열고 갈 이 누구일까(此關有誰透·차관유수투)/ 저 높은 언덕에 오르려는 이 없구나(彼岸無人登·피안무인등)/ 공부하는 건 탑을 오르기와 같으니(進學同升塔·진학동승탑)/ 끝내는 꼭대기로 올라가야 한다.(終須到上層·종수도상층)

위 시는 호가 족수거사(足睡居士)인 홍인모(洪仁謨·1755∼1812)의 ‘아이들 시를 차운하여 지은 시를 보여주다(次兒輩韻還示·차아배운환시)’로, 그의 문집인 ‘족수당집(足睡堂集)’에 들어 있다.

아이들이 시를 지어 부모에게 보여주자 부모가 아이들의 운자를 차운하여 시를 지어 자식들에게 주었다. 부모의 시에는 당연히 아이들을 훈계하는 내용이 담겼다. 부모가 시로써 자녀를 가르치는 일은 옛날에도 흔한 풍경은 아니었다.

아버지 홍인모는 시를 통해 여러 이야기를 당부한다. 몸을 건강하게 하고, 마음은 물욕으로 채우면 안 되고 비워야 한다. 공부에 매진하여라. 자식들에게 이런 훈계의 말을 해주는 아버지가 요즘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흔히 말하는 ‘밥상머리’ 교육이다. 사람의 정신 영역에 물욕만 채워지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주로 정조 대에 활동한 홍인모는 부귀를 멀리하고, 자기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곤궁한 사람에게 관대하였다는 평을 듣는 문사였다. 그는 2000여 수의 시를 남겼다. 부인 서영수각(徐令壽閣·1753~1823) 역시 시문에 뛰어나 시집 ‘영수각고(令壽閣稿)’를 남겼다.

옛 사람들은 “자식을 보면 그 부모가 보인다”는 말을 하였다. 필자는 그 말이 옳다고 여긴다. 부모가 반듯하면 자식들 역시 반듯하게 살고, 부모가 욕심이 많으면 자식들 역시 그렇게 산다. 예외는 있겠지만 그러한 삶의 방식은 무슨 법칙으로까지 여겨진다. 무대책으로 살다가도 자식이 생기면, 더군다나 손주가 생기면 ‘함부로 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여 마음 다잡아 사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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