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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09> 휴가 받아 고향에서 추석 쇠는 즐거움을 노래한 오숙

명절에 성은 입어 휴가 받아 내려오니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9-26 18:34:04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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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令節隨恩暇·영절수은가

명절에 성은 입어 휴가 받아 내려오니(令節隨恩暇·영절수은가)/ 산소 주변의 나무는 흰 이슬에 젖어있네.(松楸白露餘·송추백로여)/ 더구나 친척과 이웃이 함께 모여 만나니(況看親黨集·황간친당집)/ 속에 든 병 확 풀리는 것 정말 알겠네.(深覺病懷舒·심각병회서)/ 밭에서 배 대추 과실 넉넉히 따오고(園實饒梨棗·원실요리조)/ 개울에서 게와 물고기 여러 가지 잡았네.(溪腥雜蟹魚·계성잡해어)/ 어찌하면 세상의 일 사양하고(何當謝塵事·하당사진사)/ 허연 머리로 선영 아래 쉴 수 있을까?(白首臥先盧·백수와선로)

위 시는 조선 중기 때의 문사인 천파(天坡) 오숙(吳䎘·1592~1634)의 ‘추석에 성묘 후 찾아온 마을의 여러 어른께 감사하며(秋夕省墓後, 謝里中諸老來見·추석성묘후, 사리중제로래견)’로, 그의 문집인 ‘천파집(天坡集)’ 권3에 들어있다. 오숙이 추석에 휴가를 받아 고향인 양성(陽城·현 경기도 안성)으로 갔다. 성묘를 마친 뒤 친척과 마을 사람을 만나 즐겁게 보내고 귀거래 하고 싶다는 심경을 표현한 작품이다. 1633년 무렵이었다. 오숙은 그해 황해도관찰사가 되었다.

지금은 추석이 법정 공휴일이다. 당시는 휴가도 임금의 재가를 받아야 했다. 자동차도 없던 시절이었다. 임금이 앞을 내다보고 휴가를 준 것은 아니었겠지만, 오숙은 이듬해 명나라 사신의 접반사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사망했다. 그는 산소 주변 나무들도 성은을 입어 하얀 이슬로 젖어 있다고 표현할 만큼 임금에게 감사했다. 고향의 친척을 만나니 스트레스가 일거에 날아가 버린다. 그리하여 그는 하루빨리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오고 싶다고 토로한다.

어제 하동읍내에 나가 추석장을 봐 왔다. 과일가게인 풍년상회 아저씨는 “추석 대목장이라 말하기도 민망할 만큼 장 보는 사람이 줄었다”고 말했다. 목압서사가 있는 지리산 화개 사람들도 이구동성으로 “이제는 명절도 옛날 말이 됐다”고 한다. 마을 할머니들도 추석 연휴에 도시에 사는 자식들을 따라 여행을 간다고 한다. 필자처럼 4대 봉제사를 하는 사람도 줄고 있다. 어쨌든 필자는 추석에 차례를 지내고, 고향에 가 성묘한 후 일가친척 만날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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