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97> 요즘 한창 피어 있는 백일홍을 읊은 송나라 시인 양만리

그 누가 열흘 붉은 꽃이 없다 했는가(誰道花無紅十日·수도화무홍십일)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8-15 18:13:25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바보인 듯 술 취한 듯 그러다 다시 아름답고(似痴如醉弱還佳·사치여취약환가)/ 이슬에 눌리고 바람에 꺾일 듯이 기울어지네.(露壓風散分外斜·노압풍산분외사)/ 그 누가 열흘 붉은 꽃이 없다 했는가(誰道花無紅十日·수도화무홍십일)/ 자미화는 한 해의 반이나 꽃을 피운다네.(紫薇長放半年花·자미장방반년화)

위 시는 송나라 대표 시인 중 한 명인 양만리(楊萬里·1124~1206)의 ‘의로당 앞에 자미화 두 그루가 있는데, 음력 오월에 꽃이 성하며 9월까지 피네(疑露堂前紫微花兩株, 每自五月盛開, 九月乃(의로당전자미화양주, 매자오월성개, 구월내)’이다. 통상 ‘자미화(紫微花)’로 일컫는다. 그의 저서인 ‘성재집(誠齋集)’ 등에 전한다.

어제 오전 5시에 일어나 목압서사 인근 쌍계사 경내를 거쳐 1시간가량 산책했다. 목압서사를 나오니 백일홍이 반갑게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였다. 이른 아침이어서 조용한 쌍계사 경내에도 백일홍이 피어있었다. 무더운 낮에 보는 백일홍보다 아침 일찍 보는 백일홍이 더 예쁘다. 자미화(배롱나무)는 대개 7~9월 100일 이상 꽃을 피우므로 백일홍이라고도 부른다. 위 시에서 양만리는 음력 5월에서 9월까지 무려 반년 동안이나 꽃을 피운다고 하였다.

배롱나무의 꽃은 붉은색으로, 오랫동안 피어 변하지 않는 단심(丹心)을 뜻한다. 그래서 궁궐·종묘, 서원의 사당 및 묘소에 많이 심었다. 자미는 북극성인 자미성(紫微星)을 뜻한다. 고대 중국에서는 자미원(紫微垣)을 천제(天帝)가 사는 곳으로 생각해 낙양 자미성(紫微城), 북경 자금성(紫禁城)처럼 궁궐 이름에 썼다. 당나라 현종은 황제의 명령을 짓고 반포하는 중서성(中書省)에 자미화를 심고 자미성(紫微省)이라 불렀다. 중서성은 특히 황제의 문서를 관장했기에 이후로는 자미화가 문서·서책을 비유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원이나 향교, 유학자의 집에 자미화를 많이 심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 양만리가 ‘납월을 앞둔 월계수(臘前月季·납전월계)’라는 시에서 처음 써 유명해진 시구(詩句)이다. 이후로 인무천일호(人無千日好)나 권불십년장(權不十年長)과 같이 인생이나 권력, 인간관계의 무상함을 비유하는 말로 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영상]‘NC백화점’ 가고 ‘무신사’ 온다... 서면 상권 살아날까
  2. 2부산 울산 경남 포근한 날씨…최고기온 18~21도
  3. 3[오늘의 운세]띠와 생년으로 확인하세요 (2023년 12월9일)
  4. 4‘전현희 표적감사 의혹’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공수처 출석
  5. 5‘관계 가져달라’ 여성 집 현관문 부순 60대
  6. 6유엔 안보리 이-하 휴전 촉구 결의안 부결
  7. 7[정가 백브리핑] 장제원 앞에서 尹에 ‘불쑥’ 송숙희 추천…사상구 미묘한 파장
  8. 8서금사 6·광안A구역, 망미주공…부산 재개발·재건축 ‘대어’ 시동
  9. 9독감·코로나에 폐렴까지…교실은 결석 속출, 병원은 북새통
  10. 10무주공산 ‘부산 중영도’…여야 후보군 자천타천 넘쳐나
  1. 1[오늘의 운세]띠와 생년으로 확인하세요 (2023년 12월9일)
  2. 2[정가 백브리핑] 장제원 앞에서 尹에 ‘불쑥’ 송숙희 추천…사상구 미묘한 파장
  3. 3무주공산 ‘부산 중영도’…여야 후보군 자천타천 넘쳐나
  4. 4‘민주당 아성’ 김해, 변화바람 불까
  5. 5부산 북구 금곡·화명신도시 등 노후 신도시 재건축·재개발 탄력
  6. 6‘원자력안전교부세’ 9부 능선 넘었다
  7. 7‘尹대통령 거부권’ 노란봉투법 방송법 본회의서 폐기
  8. 8“서해 공무원 피살 文정부 방치·은폐”
  9. 9尹, 11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반도체동맹 구축 등 논의키로(종합)
  10. 10'조선업 하청노동자 밀집' 거제에 주민이 만든 지원 조례 생긴다
  1. 1서금사 6·광안A구역, 망미주공…부산 재개발·재건축 ‘대어’ 시동
  2. 2센텀 신세계百의 실험, MZ에 통했다
  3. 3강도형 해수부 장관 후보자, 음주·폭력 전과 드러나
  4. 4고리1호기 내년 해체…尹정부 처음으로 '시점' 제시
  5. 5샌드위치·라테에 푹…딸기에 빠진 유통가
  6. 6중견기업 정책금융 보증 확대…최대 500억 원까지 늘린다
  7. 7'자율운항 선박 상용화' 법적 근거 마련…국회 본회의 통과
  8. 8중국, 이번엔 화학비료 '인산암모늄' 수출 통제…관련주 급등
  9. 9국제유가 69달러까지 하락…부산 휘발유 5개월來 1500원대
  10. 10산단 내 편의·복지시설 확충 가능해진다…'킬러규제' 혁파
  1. 1[영상]‘NC백화점’ 가고 ‘무신사’ 온다... 서면 상권 살아날까
  2. 2부산 울산 경남 포근한 날씨…최고기온 18~21도
  3. 3‘전현희 표적감사 의혹’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공수처 출석
  4. 4‘관계 가져달라’ 여성 집 현관문 부순 60대
  5. 5독감·코로나에 폐렴까지…교실은 결석 속출, 병원은 북새통
  6. 6조민 측, '부산대 의전원 입시비리' 첫 재판서 "혐의 인정하나 기소 무효돼야"
  7. 7거제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주민 19명 이송
  8. 840대 노동자, 공장 지붕서 추락해 숨져
  9. 9'충무공 밟는다' 논란에 부산 용두산공원 바닥 타일 교체
  10. 10[60초 뉴스]사람 빠뜨린 '맨홀 뚜껑'…전국에 퍼져있다?
  1. 1비기기만 해도 1부 승격…아이파크 한걸음 남았다
  2. 2물 오른 손흥민·황희찬, 불 붙은 EPL 득점왕 경쟁
  3. 3김하성 “공갈 협박당했다” 국내 야구후배 고소 파장
  4. 4이정후·김하성, 빅리그 한솥밥 가능성
  5. 5이소미, LPGA Q시리즈 공동 2위
  6. 6오현규 시즌 두 번째 멀티골…셀틱 16경기 무패행진 견인
  7. 7거침없는 코리아 황소…결승골 터트리며 8호골 질주
  8. 8오타니, 다저스·토론토 어디로 가나
  9. 9페디 결국 NC 떠나네…시카고 화이트삭스 간다
  10. 10동의대 전국대학 미식축구 준우승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