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95> 거센 물결로 산(집) 감싸 시비 소리 듣지 않겠다고 읊은 최치원 시

부러 흐르는 물로 산(집)을 감싸게 하였도다(故敎流水盡籠山·고교류수진롱산)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8-08 18:49:37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겹겹의 바위 날뛰듯 부딪치며 산을 포효하니(狂奔疊石吼重巒·광분첩석후중만)/ 지척서도 사람 말소리 분간하기 어려워라.(人語難分咫尺間·인어난분지척간)/ 늘 세상의 시비 소리 귀에 들릴까 꺼려서(常恐是非聲到耳·상공시비성도이)/ 부러 흐르는 물로 산(집)을 감싸게 하였도다.(故敎流水盡籠山·고교류수진롱산)

위 시는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857~908?)의 ‘가야산 독서당에 쓰다(題伽耶山讀書堂·제가야산독서당)’로, ‘동문선’ 권19에 수록돼 있다. 가야산 홍류동 계곡 바위에 위 시가 새겨져 있다. 하지만 지금의 바위 글씨는 최치원의 것이 아니라고 한다. 글씨가 마모되어 17세기에 우암 송시열이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하튼 이 바위는 최치원 시를 지은 바위라 해 ‘최공제시석(崔公題詩石)’이라 불렀다. 고려 중기 이인로(1152~1220)의 ‘파한집(破閑集)’에 ‘최공제시석’이 보인다.

이 시에서 시원한 느낌이 들 것이다. 겹겹 바위 사이를 포효하듯 물이 흐르고, 세상 시끄러운 소리를 묻어버리니 말이다. 15세기 후반 점필재 김종직이 홍류동에 들러 시 ‘홍류동(紅流洞)’을 지었다. “아홉 굽이 폭포마다 성난 우레처럼 물결 부딪히고(九曲飛流激怒雷·구곡비류격노뢰), 무수히 떨어진 꽃잎이 물결 따라 쓸려오는구나.(落紅無數逐波來·낙홍무수축파래)”라고 읊었다. 홍류동은 포효하는 듯한 강한 물소리가 있는 곳이었다.

‘홍류’는 봄이면 철쭉과 진달래가 붉게 타오르고, 가을이면 단풍이 빨갛게 물든다는 의미가 있다.

첫 행의 거센 물소리는 최치원이 세상에 대해 분노하는 소리로도 읽힌다. 그가 분노하는 소리는 홍류동 거대한 물소리에 파묻히고 만다. 이는 동시에 자신의 분노 목소리 역시 묻힌 것을 뜻한다. 마지막 행에서는 홍류동 거센 물결로 자신의 산을 감싸 자신을 비방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다.

어제가 입추였고, 내일이 말복이다. 절기에 맞춰 시원한 느낌이 드는 시를 고른다고 골랐다. 우리나라는 제6호 태풍 카눈의 영향권에 접어든다. 폭염이 누그러들어 다행이지만 태풍 피해는 없어야 하겠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한양프라자에 47층 주상복합…교대역 난개발 우려
  2. 2장평지하차도 2월 지각 개통…부산시 혈세 120억 날릴 판
  3. 3롯데 용병타자 5명 압축…신시내티 출신 외야수 센젤 유력
  4. 4[4·10총선 해설맛집] 매번 금배지 바뀐 ‘온천천 벨트’ 연제, 치열한 쟁탈전 예고
  5. 5[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충무공을 밟고 다닌다고?” vs “해외손님에 오히려 홍보”
  6. 6혈압 오르는 계절…‘고혈압 속설’ 믿다가 뒷목 잡습니다
  7. 7신임 장관 후보 절반이 여성…정치인 대신 전문가 중용(종합)
  8. 8놀다 보면 수학·과학과 친해져요…생일파티 꼭 참석해 주실거죠
  9. 9천당과 지옥 넘나든 손흥민…최강 맨시티와 무승부
  10. 10부산中企·스타트업 ESG경영 확산…민·관·공 ‘3각 동맹’
  1. 1[4·10총선 해설맛집] 매번 금배지 바뀐 ‘온천천 벨트’ 연제, 치열한 쟁탈전 예고
  2. 2신임 장관 후보 절반이 여성…정치인 대신 전문가 중용(종합)
  3. 3우리기술 고체 우주발사체, 민간위성 싣고 날아올랐다
  4. 4연제구_김희정
  5. 5“서부산 발전의 키는 낙동강 활용…제2대티터널 등 재원 투입”
  6. 6이르면 4일 8곳 안팎 개각…한동훈은 추후 원포인트 인사
  7. 7윤 대통령 6개 부처 개각, 3명이 여성, PK 출신 2명
  8. 8박형준, 이재명에 산은 부산이전 촉구 서한 "균형발전 시금석"
  9. 9與 혁신위 ‘최후통첩’ 최고위 상정 불발…지도부 무반응 일축
  10. 10부산시의회 ‘안전 통학로’ 예산 2억 늘려
  1. 1한양프라자에 47층 주상복합…교대역 난개발 우려
  2. 2부산中企·스타트업 ESG경영 확산…민·관·공 ‘3각 동맹’
  3. 3건설사 부도·中企대출 연체 ‘빨간불’
  4. 4부산 이전 효과 제엠제코, 중기부 장관상
  5. 5고객 맞춤 와인 추천 서비스…단골 많은 건 ‘소통의 힘’
  6. 6부산 콘텐츠 입힌 기념품 400여 종, 디자인 차별화 눈길
  7. 7부산銀,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 31일까지 전액 면제
  8. 8주가지수- 2023년 12월 4일
  9. 9서면 무신사 매장, 상권 불씨 살릴까
  10. 10롯데 3세 경영 가시화? 신동빈 父子 부산출장 동행 촉각(종합)
  1. 1장평지하차도 2월 지각 개통…부산시 혈세 120억 날릴 판
  2. 2[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충무공을 밟고 다닌다고?” vs “해외손님에 오히려 홍보”
  3. 3놀다 보면 수학·과학과 친해져요…생일파티 꼭 참석해 주실거죠
  4. 4동아대 한국어교원 양성과정…25일까지 참가자 선착순 모집
  5. 5초등 취학통지· 예비소집 실시…소재·안전 확인 위해 대면원칙
  6. 6[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41> 티무르와 테무르 ; 호라즘 땅에서
  7. 7오늘의 날씨- 2023년 12월 5일
  8. 8故 김지태 선생 아들 통 큰 기부…부산 북구 신청사 탄력
  9. 9직할시 승격 발맞춰, 시내버스 노선 확 늘리고 배차 체계화
  10. 10“한 달에 1500만원”…10대 청소년 노래방 도우미로 유인한 20대 女
  1. 1롯데 용병타자 5명 압축…신시내티 출신 외야수 센젤 유력
  2. 2천당과 지옥 넘나든 손흥민…최강 맨시티와 무승부
  3. 3한국, 대만 선발에 꽁꽁 묶여 타선 침묵
  4. 4우즈 “나흘간 녹을 제거했다”
  5. 5여자핸드볼 홈팀 노르웨이에 완패…세계선수권 조3위로 결선리그 진출
  6. 6반즈 MLB행 가능성…거인, 재계약·플랜B 투트랙 진행
  7. 7아이파크, 수원FC와 승강PO
  8. 8최준용 공수 맹활약…KCC 시즌 첫 2연승
  9. 9동의대, 사브르 여자단체 金 찔렀다
  10. 10맨유 101년 만의 ‘수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