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76> 부채는 주인의 마음이라는 숙종 대의 문신 최창대

길 가는 많은 사람들 그대 마음에 드는 이 드무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6-04 19:45:03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路中人少意中人·노중인소의중인

천년 역사를 보며 몇 번이나 내리쳐 부쉈던가?(幾回擊絶千年事·기회격절천년사)/ 열 길 높이 솟구친 먼지 차단하러 또 펼쳤네.(也復橫遮十丈塵·야복횡차십장진)/ 한평생 숨겨진 옥 같은 그대 모습 아나니(知子生平藏玉貌·지자생평장옥모)/ 길 가는 많은 사람들 그대 마음에 드는 이 드무네.(路中人少意中人·노중인소의중인)

숙종 조의 명신 곤륜(昆崙) 최창대(崔昌大·1669~1720)가 부채를 주제로 쓴 시 ‘題扇(제선)’으로, 그의 문집인 ‘곤륜집(昆侖集)’에 수록돼 있다. 부채를 의인화해 꼿꼿한 성품을 묘사했다. 천 년 역사를 되돌아보니 치세(治世)라고 할 만한 시절이 없었던 같다. 이런 생각이 거듭되자 마침내 아무 죄도 없는 부채를 수도 없이 내리쳐 부숴버렸다. 부채는 세속의 욕심에 물들지 않은 깨끗한 용모이다. 즉 시인의 모습이다. 세상의 인재라는 사람들 가운데 제대로 된 인물이 몇 되지 않는다. 권신들은 왕에게 아첨하기에만 바빴다.

부채는 선비에게는 필수 휴대품이었다. 여름뿐 아니라 겨울에도 그들의 손에는 항상 부채가 들려있었다. 손에 부채가 없으면 손만 아니라 마음까지 허전하였다. 지난 역사를 읽다가 ‘어찌 이럴 수가 있나!’ 하고 화가 나 부채를 내리쳐 울분을 삭였다. 더러운 세상 꼴을 보기 싫을 때는 부채로 낯을 가렸다. 부채는 결국 시인의 마음이었다.

필자가 아주 어릴 적에 할아버지께서는 집 뒤 대밭의 대나무로 직접 커다란 민부채를 만드신 후 그 위에 한시를 쓰시어 손님들에게 선물하셨다. 필자는 목압서사 위 차산 가는 길에 있는 대밭의 대나무를 베어 와 할아버지의 흉내를 내보려고 했다. 하지만 손재주가 없어 몇 년째 부채 만드는 일에 실패하고 있다. 언젠가 성공해 할아버지처럼 부채 선물하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당나라 시인 이백도 시 ‘여름날 산속에서(夏日山中·하일산중)’에서 부채에 대해 언급했다. “흰 깃털 부채로 부채질도 귀찮아(嬾搖白羽扇·난요백우선)/ 벌거숭이로 푸른 숲속에 들어갔네.(裸體靑林中·나체청림중)/ 두건 벗어 돌벽에 걸어둔 채(脫巾掛石壁·달건괘석벽)/ 정수리 드러내 솔바람을 쐬네.(露頂灑松風·노정쇄송풍)”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수록돼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광안리보다 북항 먼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2. 2부산 금정구·경남 통영시, 정부 인구감소지역 추가(종합)
  3. 3전재수 “G20정상회의 유치 도전…북항 돔 아레나 조성 추진”
  4. 4청소년 흡연장 된 사하구청 제2청사 옥상…구, 침입 사실도 몰랐다
  5. 5보일러 배기통 막혀 세입자 참변…法 “집주인 9억 배상”
  6. 6[뭐라노] ‘북항 찍고’ 광안리·해운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7. 7신용점수 만점자도 이자 비상…마통 평균금리 5%대 ‘쑥’
  8. 8부산시 내년 생활임금 확정, 시간당 1만2729원…3.7%↑
  9. 9부산도시철도 2호선 새 전동차 첫 반입… 세대교체 시작
  10. 10SMR 인허가 심사기준 2032년께 마련? 골든타임 놓칠판
  1. 1박형준, 퇴임 후 첫 공개 행보… 총선엔 “아직 생각 없다”
  2. 2부산시의회, 교통공사·시설공단 대표 후보 ‘부적격’ 의견
  3. 3[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MDL 지뢰 폭발 사건은 ‘도발’…北 정권 행위 강력 규탄”
  4. 4암살자(들)·北 지뢰 여야 충돌…JYP ‘K-팝 축제 특혜’ 반박(종합)
  5. 5외모·학력차별…민간도 공공도 불공정 채용
  6. 6백종헌 “부산대병원이 7년째 권역센터 빠진게 정상인가” 질타
  7. 7[2026 국감 브리핑] 자격유지검사 않는 고령운수자 1400명
  8. 8[속보] 김여정, 정부 대북 의료장비 지원 방침에 “지뢰 사고 조작 뒤 또다른 광대극…변종된 정치적 도발”
  9. 9'이종석 방미 거부' 부인했지만…한미 정보당국간 불협화음 여전
  10. 10‘빈총경계’ 前 1군단장, 국감장서 “대비태세 문제 없었다” 주장
  1. 1신용점수 만점자도 이자 비상…마통 평균금리 5%대 ‘쑥’
  2. 2SMR 인허가 심사기준 2032년께 마련? 골든타임 놓칠판
  3. 3부산 트리플 환승 요충지, 43층 주거 랜드마크 ‘우뚝’
  4. 4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 시대…‘머무는 관광’으로 질적 도약 모색
  5. 5누리호 5차 발사…군집위성 5기 모두 교신 성공(종합)
  6. 6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107조…글로벌 빅테크 첫 기록(종합)
  7. 7홈플러스, 희망퇴직 돌입…MBK 경영권도 사라져
  8. 8국토부,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관련 주민 의견 수렴 나서
  9. 9부울경 산학 기술력으로 누리호 성공 쐈다
  10. 10근무시간에 사주 상담…HUG 직원 면직 처분
  1. 1광안리보다 북항 먼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2. 2부산 금정구·경남 통영시, 정부 인구감소지역 추가(종합)
  3. 3전재수 “G20정상회의 유치 도전…북항 돔 아레나 조성 추진”
  4. 4청소년 흡연장 된 사하구청 제2청사 옥상…구, 침입 사실도 몰랐다
  5. 5보일러 배기통 막혀 세입자 참변…法 “집주인 9억 배상”
  6. 6[뭐라노] ‘북항 찍고’ 광안리·해운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7. 7부산시 내년 생활임금 확정, 시간당 1만2729원…3.7%↑
  8. 8부산도시철도 2호선 새 전동차 첫 반입… 세대교체 시작
  9. 9[뭐라노] 금정구가 인구감소지역이라고?
  10. 10금융기관 해킹 IP 상당수 ‘세탁용’
  1. 1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2. 2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3. 3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4. 4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5. 5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6. 6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7. 7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10. 10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