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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73> 유배지 종성에서 초정 박제가가 자식들에게 보낸 편지

남내(南內)가 가장 생각나는구나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5-23 19:25:48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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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南內最可念·남내최가념

나는 24일에 유배지에 이르렀다. … 기회를 틈타 몰래 해코지하는 무리들이야말로 정말로 두려워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이곳에서 바깥사람과 통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니 … 남내(南內)가 가장 생각나는구나.

吾二十四日而到配, … 有乘機暗射之徒, 眞可畏也. … 此地旣不許外人相通, … 南內最可念.(오이십사일이도배, … 유승기암사지도, 진가외야. … 차지기불허외인상통 … 남내최가념.)

위 글은 초정(楚亭) 박제가(朴齊家·1750~1805)가 자식들에게 보낸 편지인 ‘기임름암등(寄稔廩馣等)’ 중 일부로, 그의 편지글을 모은 ‘초정전서(楚亭全書)’에 수록돼 있다.

박제가가 1801년 9월 신유사옥에 연루돼 함경도 종성으로 유배돼 쓴 것으로, 그의 나이 52세 때였다. 그는 의금부에 투옥돼 매를 맞고, 부축받지 않고는 걸을 수도 없는 상태에서 귀양지로 떠났다. 위 편지 마지막 부분 ‘남내(南內)’는 남근중에게 시집간 딸을 말한다. 시집간 딸이 가장 보고 싶다고 말한 대목에선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버지로서 인간적 체취가 물씬 느껴지기 때문이다.

박제가는 슬하에 3남 2녀를 두었다. 아들은 장임(長稔)·장름(長廩)·장암(長馣)이고, 사위는 남근중(南謹中)·윤후진(尹厚鎭)이다. 박제가는 1801년에 유배돼 1805년 해배되었으나, 그해 세상을 떴다.

서얼로 태어난 그는 정조 2년인 1778년 연행(燕行)에 이덕무와 함께 베이징으로 갔다. 두 사람은 베이징의 유명 서점가인 유리창 책방 순례를 했고, 중국의 문사인 이정원과 반정균 등을 만나 한·중 문화교류도 했다. 박제가는 네 번의 연행을 했다. 정조의 인정을 받아 규장각 검서관에 발탁되었고, 그의 시명(詩名)은 청나라의 시단에 널리 전해지기도 했다.

박제가는 정조의 개혁정치에 맞춰 고루하고 폐쇄적인 조선을 개방적·합리적인 사회로 만들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1800년 정조가 서거하자 완고한 세력의 벽을 넘지 못하고 그도 몰락했다. 마침 목압서사에서 오는 7월 31일까지 ‘단행본으로 보는 18·19세기 조선시대 지식인’ 특별전을 열고 있다. ‘박제가와 젊은 그들’ ‘북학의’ ‘초정 박제가 연구’ 등 박제가와 관련한 단행본도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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