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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71> 남계서원 창건 주도한 개암 강익이 스승을 모시고 읊은 시

참된 맛이 정말로 그 무엇과 같을까?(眞味正如何·진미정여하)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5-16 19:00:58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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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달은 가을(추석) 비단보다 밝고(素月明秋練·소월명추련)/ 맑은 시내는 고요하여 물결도 일지 않네.(澄流靜不波·징류정불파)/ 봄바람 쐬며 하룻밤 앉아 보내니(春風坐一夜·춘풍좌일야)/ 참된 맛이 정말로 그 무엇과 같을까?(眞味正如何·진미정여하)

위 시는 개암(介庵) 강익(姜翼·1523∼1567)의 시 ‘산천재에서 남명 선생님을 모시고 달을 감상하며(山天齋侍南冥先生嘗月·산천재시남명선생상월)’로 자신의 문집 ‘개암집(介庵集)’ 권1에 들어있다. 경남 함양 수동면 효리에서 출생한 강익은 당곡(唐谷) 정희보(鄭希輔·1488~1547)와 남명(南冥) 조식(曹植·1501~1572)) 문하에서 수학했다. 30세인 1552년 우리나라에서 소수서원 다음에 두 번째로 창건된 함양 소재 남계서원(南溪書院)을 세우자고 주창한 선비이다.

그제인 15일이 스승의 날이었다. 필자는 스승님께 겨우 전화만 드렸다. 성의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남동생의 건강이 많이 나빠 경기도 일산 동생 집에 와 있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과 관련해 뭘 쓸까 고민하다 위 시를 택했다. 선정 이유는 또 있다. 지난 6일 남계서원에서 ‘남계서원 창건 주역인 개암 강익 선생 탄신 50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것이다. 강익은 조식 선생을 29세인 1551년 처음 대면했고, 32세에 산청군 시천면 산천재로 선생을 찾아가 ‘대학’과 ‘논어’를 강론했다. 36세에는 조식 선생으로부터 ‘주역’을 배우다가 돌아오기도 했다. 조식은 61세에 지리산 천왕봉이 바라보이는 곳에 산천재를 지어 후진을 양성했다.

강익을 도와 남계서원 창립을 주도한 인물들인 갈천 임훈, 덕계 오건, 옥계 노진, 동강 김우옹 등도 조식의 핵심 문도였다. 강익은 39세인 1561년 서원을 완성해 일두(一蠹) 정여창(鄭汝昌·1450~1504) 선생을 모신 위판을 봉안하고 남계서원 초대 원장에 취임했다. 1566년 남계서원이 사액(賜額)을 받고 이듬해 45세로 세상을 버렸다. 남계서원 건립에 일생을 걸었던 셈이다.

강익은 위 시에서 보듯 스승님을 모시고 봄날 밝은 달을 보며 앉았으니 어렵기도 하지만 참다운 진리(참된 맛)가 뭔지 알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옛 선비들은 스승의 말 한 마디에 문리가 트이고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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