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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53> 가난한 농가의 봄나물 밥상 묘사한 17세기 이서우

냉이의 단맛과 씀바귀의 쓴맛 모두 일품이라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3-14 19:47:11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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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薺甘荼苦味皆珍·제감도고미개진

올봄은 작년 봄보다 나물을 많이 뜯어(今春挑菜劇前春·금춘도채극전춘)/ 농가에서 배부르게 먹어 가난도 잊는다네.(一飽田家未覺貧·일포전가미각빈)/ 반은 데치고 반은 생채로 된장에 무치면 감미로워(半熟半生香豉汁·반숙반생향시즙)/ 냉이의 단맛과 씀바귀의 쓴맛 모두 일품이라네.(薺甘荼苦味皆珍·제감도고미개진)

위 시는 17세기 후반의 시인 이서우(李瑞雨·1633~1709)의 시 ‘봄나물을 새로 맛보며(新甞春菜·신상춘채)’로, 그의 문집인 ‘송파집(松坡集)’ 권8에 수록돼 있다. 들과 산에 나물이 올라온다. 17세기에는 마치 양식이 떨어진 것을 계절이 알기나 한 듯이 말이다. 지금도 아주머니들이 비탈에서 나물 캐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위 시를 지은 당시에는 양식 대용으로 나물을 캐 먹었지만, 요즘은 입맛을 돋우고자 나물을 캐는 편이다. 살기 어려운 그 당시였는데, 다행히 한해 전 봄보다 나물이 훨씬 많이 돋아났다. 나물만 먹을 수 없다. 짠맛이 든 된장이 있어야 한다. 살짝 데쳐 된장에 무치기도 하고, 생채로도 무친다. 그러면 나물은 각각 다른 맛이 난다. 겨울을 난 냉이는 단맛을 내고, 씀바귀는 쓴 맛을 낸다. 맛이 다르니 거부감 없이 절로 입맛이 당긴다.

비닐하우스에서 키운 나물이 사계절 다양하게 나온다. 그래도 흔히 말하는 노지에서 자란 나물이 맛있다. 비닐하우스의 흠 없는 나물보다 비바람과 추위를 견디느라 모양이 볼품없는 나물이 더 맛있다. 쑥·쑥부쟁이·돌나물·취나물·민들레·냉이·달래·씀바귀·머위가 나오는 때다. 독자 여러분은 어떤 나물을 맛보셨는지? 필자는 산골에 살다 보니 나물 먹을 기회가 많다.

이식(李植·1584~1647)도 시 ‘당동의 나물 뜯기(堂洞挑菜·당동도채)’를 다음과 같이 읊었다. “석 자나 되는 긴 보습 무겁게 지고 다니지만(長鑱三尺鎭隨身·장참삼척진수신)/ 골짜기 가득한 봄나물에 절로 가난하지 않다네.(滿谷春蔬自不貧·만곡춘소자불빈)/ 돌아와 아내에게 작은 싹 불에 데치게 하면(歸遺細君燒短茁·귀유세군소단줄)/ 온 집안 아녀자들 좋아 흐뭇해한다네.(渾家兒女喜津津·혼가아녀희진진)” 그의 문집 ‘택당집(澤堂集)’에 있다. 처남인 심광세(沈光世)의 삶을 노래한 연작시 중 한 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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