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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52> 노는 것도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는 조선 후기 권상신

함께 놀 사람은 반드시 마음에 맞는 이를 찾아야 한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3-12 19:52:02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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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其人也, 必求乎會心·기인야, 필구호회심

일 년 내내 놀기에 적당하지 않은 날이 없고, 한 세상에서 함께 놀기에 적당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렇지만 노는 날은 반드시 좋은 때를 골라야 하고, 함께 놀 사람은 반드시 마음에 맞는 이를 찾아야 한다. 좋은 날에 좋은 사람이 있다면, 또 반드시 즐기기에 적당한 장소를 골라서 즐겨야 한다.

一年而無不可遊之日, 一世而無不可遊之人. 然其日也, 必選乎令節, 其人也, 必求乎會心. 旣有其日·旣有人矣, 則必簡乎可樂之地而樂之.(일년이무불가유지일, 일세이무불가유지인. 연기일야, 필선호령절, 기인야, 필구호회심. 기유기일·기유인의, 즉필간호가락지지이락지.)

위 문장은 조선 후기 문신인 권상신(權常愼·1759~1825)의 산문이다. 봄날 선비 십여 명이 경산(京山) 어른을 모시고 대은암에 가 술 마시며 시를 짓고 거문고를 타고 놀았다. 이 모습을 함께 자리한 단원 김홍도가 그렸다. 위 문장은 김홍도의 그림에 찬으로 붙인 글 앞부분이다. 그리하여 문장 제목이 ‘대은암의 꽃놀이에 붙인 글(隱巖雅集圖贊·은암아집도찬)’이다.

경산 어른은 조선 후기 문인이자 명필 이한진(李漢鎭·1732~미상)인 것 같다. 이한진이 백거이의 시와 소동파의 편지글 등을 전서와 예서로 쓴 서첩인 ‘경산전팔쌍절첩(京山篆八雙絶帖)’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이 문장에 이어지는 글을 보면 화창한 삼짇날이 놀기에 좋고, 마음에 맞는 사람은 시인묵객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이 없고, 장소로는 울창한 숲과 맑은 냇물보다 더 어울리는 장소가 없다고 했다. 권상신은 ‘그렇건만 어째서 근래에는 그 놀이를 이어받는 이가 없어 적막한 것일까?(而何近代之寥寥無繼之者耶?·이하근대지요요무계지자야?)’라고 했다. 권상신은 아마 놀이의 즐거움을 제대로 아는 선비였던 것 같다.

목압서사 인근 광양에는 매화축제가, 구례에는 산수유축제가 한창이다. 사람들은 화개장터에도 들러 구경하고 화개골에서 숙박한다. 화개골이 북적댄다. 좀 있다 화개 십리벚꽃이 피면 상춘객들로 옴짝달싹하지 못할 만큼 붐빈다. 이런 시기에 엊그제 목압서사 위쪽인 대성골에 산불이 크게 났다. 주민들은 대피해 큰 사고는 없지만, 진화 요원 한 분이 사망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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