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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95> 한여름 백일홍 핀 모습 보고 시 읊은 여헌 장현광

나를 위하여 봄빛을 머물게 하였구나(爲我留春色·위아류춘색)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08-09 19:00:44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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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피우지 않는 화훼 있겠느냐만(衆卉莫不花·중훼막불화)/ 꽃 중에 온전히 한 달 가는 것 없네.(花無保全月·화무보전월)/ 너 혼자 백일 붉어 있으니(爾獨紅百日·이독홍백일)/ 나를 위하여 봄빛을 머물게 하였구나.(爲我留春色·위아류춘색)

위 시는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1554~1637)의 ‘백일홍(百日紅)’으로, 그의 문집인 ‘여헌집’ 속집 권1에 들어 있다. 모든 화훼는 꽃을 피운다. 그렇지만 한 달 이상 꽃을 피우는 것은 백일홍밖에 없다. ‘留春色’은 백일홍이 늙어가는 시인의 세월을 잠시 붙잡아둔다는 의미다. 시인이 그렇게 보고 싶은 것이다. 백일홍은 피었다 일주일 채 못 가고 지는 보통 꽃과는 달리 여름 내내 볼 수 있어 선비의 사랑을 받았다.

인동(仁同·현 경북 구미시)에서 태어난 장현광은 임진왜란과 인조반정,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겪었다. 예전에 구미·칠곡을 권역으로 하는 인동군(仁同郡)이 있었다. 구미시 인의동에 장현광 고택이 있다. 필자는 인동 장 씨를 만나면 “인동이 어딘지 아느냐?”고 묻는다. “구미가 인동”이라며 “유명한 학자로 여헌 장현광이 있다”고 오지랖 넓게 이야기해준다.

일전에 구미에서 ‘조선 시대 구미 지역의 학맥’을 주제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구미(선산)는 길재-김숙자-김종직으로 이어지는 사림파 학맥의 본거지이다. 수강생들은 길재는 알아도 장현광은 잘 몰랐다. 장현광은 17세기 영남학파를 대표하는 학자로 많은 남인계 학자를 길러내 여헌학파가 형성됐다. 제자들은 인동·선산권, 성주·칠곡권, 의성·청송권, 안동·상주권, 서울·호서·관서권 등 널리 걸쳐 있었다.

조선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조선 인재의 반은 영남에 있고, 영남 인재의 반은 일선에 있다’(朝鮮人才半在嶺南, 嶺南人才半在一善)고 했다. 일선(一善)은 선산(구미)의 옛 이름이다. 그만큼 구미에서 인물이 많이 났다. 류성룡이 장현광에게 아들을 보내 학문을 배우게 할 만큼 장현광은 학식이 높았는데 벼슬에 뜻이 없었다. 이조참판·대사헌·지중추부사·의정부우참찬에 임명됐으나 나아가지 않았다. 그렇지만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여러 군현에 통문을 보내 의병을 일으키고 군량미를 모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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