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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87> 무더위 속 마당에 핀 석류꽃 향을 읊은 김수항

바람에 일렁이는 석류꽃에 뜰은 온통 향긋하네(榴花風動滿庭香·유화풍동만정향)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07-12 18:56:40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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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한 만 그루 대숲에 석양이 어른거리고(萬竹陰陰弄夕陽·만죽음음롱석양)/ 석류꽃에 바람이 이니 뜰이 온통 향긋하네.(榴花風動滿庭香·유화풍동만정향)/ 뜬구름이 홀연히 앞산의 비를 몰아와(浮雲忽送前山雨·부운홀송전산우)/ 글쟁이에게 분에 넘치는 시원함을 더해주네.(添却騷人分外凉·첨각소이분외량)

조선 중기 문인 김수항(金壽恒·1629~1689)의 ‘六月二十二日騷雨滌煩喜而口占’(육월이십이일소우척번희이구점·6월 22일 소나기가 더위를 씻어줘 기뻐서 짓다)으로, 그의 문집인 ‘문곡집(文谷集)’ 권4에 들어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뜨거운 태양이 집 뒤 대밭을 내리쬐다가 석양이 대숲에 일렁인다. 선선한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이 마당에 있는 석류꽃 향기를 온 집안에 풍긴다. 그 사이 앞산에 구름이 피어나 한바탕 소나기가 내린다. 마당에 석류꽃이 핀 한여름 하루를 읊은 시이다. 요즘 빨갛거나 주황의 석류꽃이 곳곳에 피어 있다.

원나라 장홍범(張弘範)도 ‘석류꽃(榴花)’이란 시를 읊었다. “누가 핏빛으로 꽃 주머니 물들였나?(猩血誰敎染絳·성혈수교염강)/ 푸르스름한 잎 속에 촉촉이 향기 피어나네,(綠雲堆裏潤生香·녹운퇴리윤생향)/ 날아든 벌이 가지 끝에 불이 난 줄 착각하고(遊蜂錯認枝頭火·유봉착인지듀화)/ 황급히 바람 타고 돌담을 넘어가네.(忙駕薰風過短墻·망가훈풍과단장)

석류꽃 꿀을 따려고 벌이 날아들었다. 그런데 가지 끝에 불이 난 줄 알고 달아나 버린다. 그만큼 꽃이 붉었다. 석류 열매가 알갱이가 많아서 석류나무는 다산을 상징한다고 해 마당과 집 주변에 심었다. 오래전 중국 서안의 화청지에 갔을 때 오래된 석류나무가 있었다. 한 중국인은 “양귀비가 저 석류나무의 열매를 먹고 예뻐졌다”고 했다. 당 현종은 석류를 좋아하는 양귀비를 위해 화청지 주변에 석류나무를 심게 했다고 한다. 꽃이 피면 연회를 베풀고, “(술에 취해) 붉은 양귀비의 목덜미와 석류꽃 붉은색 중 어느 것이 더 예쁜가”고 물었다고 한다.

아침에 산책하고 오다 옆집 석류나무의 주황색 꽃을 한참 보았다. 아저씨는 가을에 열매를 따고 나면 해마다 둥그렇게 전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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