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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79> 구한말 이건창이 영흥부사 이남규에게 보낸 편지

나라를 위해서 백성을 위해서(爲國爲民·위국위민)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06-14 18:56:57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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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옵건대 나라를 위해, 백성을 위해 부디 보중하시기 바랍니다. 종이에 임하니 정신이 먼저 (그대 있는 곳으로) 날아가서, 마치 북쪽으로 돌아가는 기러기처럼 빠릅니다. 갖추지 않습니다. 삼가 사례합니다. 갑오년(1894) 납월(섣달) 초이레 날, 아우 기복인(朞服人) 건창이 절하고 아룁니다.

惟希爲國爲民, 千萬葆重. 臨紙神往, 鴥如北雁. 不備. 謹謝禮. 甲午臘月初七日, 弟, 朞服人建昌, 拜啓.(유희위국위민, 천만보중. 임지신왕, 율여북안. 불비. 근사례. 갑오납월초칠일, 제, 기복인건창, 배계.)

위 글은 구한말의 청백리 이건창(李建昌·1852~1898)이 1894년(고종 31) 영흥부사로 나간 이남규(李南珪·1855~1907)에게 쓴 편지의 끝부분으로, 충남 예산의 한산 이씨 수당(修堂) 고택에 전해져 온다. 세상이 어렵고 시끄러우니 식자로서 분명한 뜻을 갖고 진정으로 부임지 백성을 잘 다스리기 바란다는 내용이다. 마지막에 그 내용이 압축돼 있는데다 조선 말기에 편지의 끝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잘 보여준다.

이건창은 1893년(고종 30) 가을 동학농민전쟁 수습 방안 문제로 어윤중(魚允中)과 대립해 전남 보성으로 유배됐다. 1894년 봄에 사면돼 김홍집 내각 공조참판 등 여러 관직에 계속 임명됐으나 모두 부임하지 않았다. 위 편지는 그 무렵 썼다. 이건창은 15세 때인 1866년 조선 시대 문과 합격자 1만5151명 중 최연소로 합격한 인재다. 26세 때 충청우도 암행어사로 나가 충청우도 관찰사 조병식(趙秉式)의 비행을 적발해 처분했다가 도리어 공격받아 평안도 벽동으로 유배 가기도 했다.

이건창은 소론이고, 이남규는 남인이었지만 두 사람은 의기투합이 잘 됐다. 1895년(고종 32) 음력 8월 20일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들 손에 살해되고 시신이 불태워지는 변고가 일어났다. 그 뒤 친일내각이 구성되고, 국왕은 왕비를 폐한다는 조칙을 내렸다. 이건창은 폐비의 조칙을 거두고 죄인을 잡아 처형하라고 극력 주장했다. 이남규도 영흥부사 직을 버리고 같은 내용의 상소를 올렸다. 전남 구례에서 구한말 애국지사에 관심을 갖고 연구한다는 분들이 목압서사를 방문해 이야기 나누는 중에 필자가 이건창에 대해 조금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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