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40> 구양수가 60년 만에 부친의 묘 앞에 세운 비문

선을 행하면 보답하지 않는 법이 없고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01-18 19:47:00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爲善無不報·위선무불보

어머니는 내게 말씀해주셨다. “너의 아버지는 관리일 때 청렴하고 베풀기를 좋아하셨으며 손님을 반기셨다. 비록 박봉이기는 하였으나 늘 남기지 못하게 하시며 말씀하셨다. ‘이 일로 내게 누가 되지 않게 하시오.’ ….” 자식인 나는 흐느끼며 아뢰었다. “아 아! 선을 행하면 보답하지 않는 법이 없고 이르고 늦고의 시기만 있으니, 이것이 불변하는 이치입니다. …”

太夫人告之 曰: “汝父爲吏, 廉而好施與, 喜賓客, 其俸祿雖薄, 常不使有餘, 曰: ‘毌以是爲我累.’ ….” 小子修泣而言曰: “嗚呼! 爲善無不報, 而遲速有時, 此理之常也. ….”(태부인고지 왈: “여부위리, 염이호시여, 희빈객, 기봉록수박, 상불사유여, 왈: ‘관이시위아루.’ ….” 소자수읍이언왈: “오호! 위선무불보, 이지속유시, 차리지상야. …”)

위 문장은 중국 송나라 관료 겸 문인 구양수(歐陽修·1007~1072)가 64세(1070년) 때 6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구양관(歐陽觀)의 묘 앞에 세운 묘도(墓道)의 비문이다. 묘지는 강서성 영풍현 남쪽 봉황산 상강(瀧岡)에 있다.

구양수는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데, 우리에게 ‘구양수체’라는 서예가로 잘 알려져 있다. ‘태부인(太夫人)’은 홀로 된 어머니를 이르는 말이다.

구양수는 네 살 때 아버지를 잃었다. 어머니는 곤궁했지만 살림을 꾸리며 아들을 가르쳤다. 어머니는 아들을 가르칠 때 아버지의 훌륭한 언행을 소개했다. 그중 이런 말도 있었다. 너의 아버지는 제사 때면 반드시 눈물로 흐느끼며 말씀하셨다. “제사를 풍성하게 지내도 변변치 않게 봉양함만 못 하다.”

전체 문장은 유년 시기 가정형편, 아버지 인품과 유훈(遺訓), 어머니의 부덕(婦德)과 가르침, 자신의 관료생활 및 집안 영광을 상세히 기술했다. 이를 통해 아버지의 청렴함, 효성스러움, 인자함을 표현하고 조부님과 부친께서 선을 많이 베풀어 그 덕에 자신이 성공했음을 밝혔다.

부모의 공덕과 은덕에 감사하며, 효도를 강조한 정격의 비문이다. 1000년 전 문장이지만, 우리가 새겨들을 대목이 많다. 최근 모 유학자 집안 후손께서 선조 묘소를 단장하면서 묘 앞에 새길 문장에 대해 문의해와 함께 고민했다. 구양수의 위 묘도 비문이 생각났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4. 4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5. 5“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6. 6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7. 7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8. 8“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9. 9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10. 10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5. 5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6. 6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7. 7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동구 주요 당직자, 북항 돔구장 정부 공모 참여 환영
  8. 8[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9. 9李 대통령 지지율 2%p 오른 46%…조희대 탄핵 반대 45%
  10. 10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3. 3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4. 4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5. 5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6. 6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7. 7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8. 8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9. 9‘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0. 10가계대출 금리 5% 턱밑…고정형 주담대 사상 첫 5% 뚫어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3. 3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4. 4“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5. 5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6. 6본사 비대위·퇴직자, 지광 고소…실질경영자에 ‘체불 책임’ 추궁
  7. 7“대화 거부한 건 대주주…당당하면 왜 국회서 소명 안 했나”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30일
  9. 9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10. 10검증 체계 없는 유가보조금…줄줄 샌다
  1. 1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2. 2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3. 3“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