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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15> 귀양지에서 어머니 그리며 지은 허봉의 시

어머님은 문에 기대어 하염없이 기다리신다네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1-10-24 19:39:15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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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聞說慈親久倚閭·문설자친구의려

봄 되어 서울서 온 편지 세 번이나 받아보니(春來三見洛陽書·춘래삼견낙양서)/ 어머님은 문에 기대어 하염없이 (자식을) 기다리신다네.(聞說慈親久倚閭·문설자친구의려)/ 짧은 석양 빛 아래 흰머리만 가득하실 터인데(白髮滿頭斜景短·백말만두사경단)/ 어떻게 지내시는가 남에게 감히 묻지 못했네.(逢人不敢問何如·봉인불감문하여)

하곡(荷谷) 허봉(許篈·1551~1588)이 귀양 가 어머니를 그리며 쓴 시 ‘甲山(갑산)’으로 홍만종의 시평집인 ‘시평보유(詩評補遺)’ 상권에 수록돼 있다.

허난설헌의 오빠이자 허균의 형인 허봉이 1583년 7월 전한(典翰)으로 재직하던 중 병조판서 이이와 심의겸 등의 실책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박근원·송응개와 함께 각각 회령·강계·갑산에 유배되었다. 이 시는 갑산 유배 당시 지은 것이다. 허봉은 1585년 6월에 유배가 풀려 재기용되나 거절하고, 유랑하다가 1588년 38세 젊은 나이로 금강산 아래 김화연 생창역에서 병사하였다. 어머니가 마을 문에 기대서 일 마치고 돌아오는 아들을 기다리는 모습은 ‘전국책(戰國策)’의 ‘제책(齊策)’에도 나온다. 제나라 왕손가(王孫賈)가 열다섯 살에 민왕(閔王)을 섬겼다. 그 모친이 “네가 아침에 나가 저녁에 돌아올 때면 내가 집 문에 기대어 너를 기다렸고(倚門而望·의문이망)/ 네가 저녁에 나가 돌아오지 않을 때면 내가 마을 문에 기대어 너를 기다렸다(倚閭而望·의려이망)”고 했다.

“어머님은 문에 기대어 하염없이 (자식을) 기다리신다네(聞說慈親久倚閭)”라는 구절에서 눈물이 흐른다.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두 번째 제사를 지난밤에 모셨다. 지리산 화개동에 은거해 있다 보니 교통이 불편한 데다 코로나 상황이어서, 먼 거리에 있는 아이들과 동생들에게 “바쁜데 오지 말라”고 했다. 어머님의 영정을 상에 올려놓고 혼자 제사를 모셨다. 어느 어머님인들 자식을 기다리지 않으실까마는, 필자의 어머님은 특히 평생 가족에 대한 희생으로 사시다 세상을 버리셨다. 여리고 인정이 많으시어 자신보다 남에 대한 배려심이 더 크신 분이었다. 눈 감으실 때까지 장남인 필자를 걱정하셨다. 어머님을 그리워하는 정이 깊어 같은 사모의 정을 읊은 허봉의 시를 골라봤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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