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란 나라의 가장 중대한 문제다. 백성을 모두 살리느냐 모두 죽이느냐를 판가름하는 마당이며, 나라가 생존하느냐 멸망하느냐를 결정짓는 갈림길이다. 자세히 살피지 않을 수 없다.
兵者, 國之大事, 死生之地, 存亡之道, 不可不察也.(병자, 국지대사, 사생지지, 존망지도, 불가불찰야.)
우리가 아는 ‘손자병법(孫子兵法)’은 위의 글로 시작한다. ‘손자(孫子)’라고도 하는 이 책은 약 2500년 전인 춘추전국시대 말기 오나라에서 병법가로 활약한 손무(孫武)가 저술했다는 병서(兵書·병법서)이다. 이 책은 병세(兵勢)의 장, 허실(虛實)의 장, 구지(九地)의 장 등 13장으로 이뤄졌다. 그 주된 내용은 ①싸우지 말고 이김 ②승산(勝算)이 없으면 싸우지 않음의 두 가지를 전제로 삼고 있다. 손자병법은 “한 번 망한 나라는 다시는 존재할 수가 없다(亡國不可復存)”는 관점에서 전쟁의 해독을 말하며, 국가 간 이해관계를 중시한다. 또한 전쟁 승패가 주장(主將·총책임 장수)의 지혜·재능·신념·애정·용기·위엄 등 자질에 달렸다고 본다. 조조(曹操)는 ‘손자병법’을 교정하고 주석할 만큼 이 책을 중시했고, 실전에 참조했다.
이 책은 후대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사기’의 ‘전단열전(田單列傳)’은 ‘손자병법’의 ‘세(勢)’ 편과 ‘구지(九地)’ 편에서 따왔다. ‘삼국사기’에 김유신이 도살성(道薩城) 아래서 병마와 쉬고 있을 때 물새가 동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 백제의 척후가 숨어 있다고 예측하는 대목이 있다. 그것은 ‘손자병법’의 ‘새가 날면 복병이 있다(鳥飛則伏)’는 구절을 응용했다. 을지문덕의 살수대첩과 강감찬의 흥화진(의주)대첩은 ‘손자병법’ ‘행군(行軍)’의 절수(絶水) 전술을 응용했다. 조선 시대에는 무과취재(武科取才) 과목으로 이 책을 지정했다.
‘손자병법’은 19세기 초 프로이센의 클라우제비츠(Karl von Clausewitz)가 저술한 ‘전쟁론(Vom Kriege)’과 비견된다. 이 책이 ‘손자병법’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여하튼 ‘손자병법’은 병법서로만이 아니라, 경세치국의 규범서로서도 의미가 있다. 현대에 와서는 정치인은 물론 기업 경영가나 직장인도 ‘처세의 비결’로 자주 활용한다.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