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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2> 한겨울 속 꽃망울 터뜨린 매화

남쪽 가지 봄뜻 따라 먼저 꽃망울 틔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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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1-01-31 18: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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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南條春意取先胚·남조춘의취선배

크고 작은 가지마다 눈이 엄청 쌓였건만 / 응당 따뜻함을 알아차려 차례로 피어나네. / 옥골의 곧은 혼은 비록 말이 없어도 / 남쪽 가지 봄뜻 따라 먼저 꽃망울 틔우네.大枝小枝雪千堆(대지소지설천퇴) / 溫暖應知次第開(온난응지차제개) / 玉骨貞魂雖不語(옥골정혼수불어) / 南條春意取先胚(남조춘의취선배)

매월당(梅月堂) 김시습(1435~1493)의 시 ‘탐매(探梅)’ 14수 중 첫 수로, ‘매월당집’에 실렸다. 매월당이라는 호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매화와 달을 중요한 시적 소재로 삼았다. 달빛은 매화를 한층 고상하게 만든다고 그가 생각했기 때문이지 않겠는가. 같은 주제의 13수에는 “시종 한결같은 큰 절개를 지니고 있어(直到始終存大節·직도시종존대절)/ 여러 꽃들이 어찌 감히 그의 곁을 엿보겠는가(衆芳那敢竅其傍·중방나감규기방)”라고 읊었다. 높은 지조를 지녀 어느 꽃도 감히 넘볼 수 없는 매화를 칭송한다.

‘탐매’란 매화를 보기 위해 찾아 나선다는 의미다. 선비의 문집치고 매화 관련 시가 있지 않은 것이 없다. 퇴계 이황은 ‘매화시첩(梅花詩帖)’에 매화 시를 91수나 지어 실었다. 여기에 보면 ‘내 전생은 밝은 달이었지(前身應是明月·전신응시명월)/ 몇 생이나 더 닦아야 매화가 될까?(幾生修到梅花·기생수도매화)’라며, 매화에 한없는 애정을 보인다. 퇴계가 세상을 떠나며 마지막 남긴 말이 “저 매화분에 물을 주라”고도 한다.

‘전심법요(傳心法要)’ 저자인 당나라 때 황벽 희운(黃檗希運·?~856) 선사는 “한차례 추위가 뼈에 사무치지 않았다면(不是一番寒徹骨·불시일번한철골) / 코를 찌르는 매화 향기 어찌 얻을 수 있으리오(爭得梅花撲鼻香·쟁득매화박비향)”라고 했다.

필자가 사는 지리산 화개동은 십리 벚꽃으로 유명하다. 필자는 지인들에게 “벚꽃보다 그 이전에 피어나는 매화를 보러 오시라”고 권한다. 날씨가 차가울수록 꽃망울을 먼저 터뜨린다는 매화가 이 골짜기에 벌써 피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침 부산의 보우 스님께서 전화하시어 “절의 매화나무가 여드름을 꽉 달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목압서사 마당의 매화도 잔뜩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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