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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8> 조선 중기 유희춘의 글 속 부부의 은근한 정

찬 방에 있을 당신이 생각나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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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1-01-17 19: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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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思君坐冷房·사군좌냉방

눈 내려 바람이 한기를 더하는데(雪下風增冷·설하풍증랭)/ 찬 방에 있을 당신이 생각나오.(思君坐冷房·사군좌냉방)/ 이 막걸리 비록 품질은 낮아도(此醪雖品下·차료수품하)/ 이 또한 찬 속을 족히 데우겠지요.(亦足煖寒腸·역족난한장)



국화잎에 비록 눈이 날리지만(菊葉雖飛雪·국엽수비설)/ 은대의 방은 따뜻하겠지요.(銀臺有煖房·은대유난방)/ 찬 방에서 데운 술을 받아(寒堂溫酒受·한당온주수)/ 배를 채우니 너무 감사해요.(多謝感充腸·다사감충장)



위 시 2편은 전라도관찰사·이조참판 등을 지낸 조선 중기 문신 미암(眉巖) 유희춘(1513~1577)의 일기인 ‘미암일기초(眉巖日記抄)’에 있다. 첫 시는 미암이 쓴 것이고, 두 번째 시는 그의 아내 송덕봉(宋德峯)의 답장이다. 아내는 친정에서 시 짓기를 배운 것으로 짐작되는 바, 남편과 시를 주고받는 시우(詩友)이기도 했다.

부부가 시를 주고받았으니, 금슬은 당연히 좋았을 것이리라. 좌부승지였던 미암은 1569년 9월 1일 승정원에서 숙직하였다. 숙직하는 방은 따스했지만, 집에 있는 부인이 찬 방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모주(母酒)와 함께 시를 한 수 지어 보냈다. 술친구이기도 했던 아내는 고마운 마음을 담아 이튿날 답시를 지어 남편에게 보냈다. 아내는 남편 시의 운자인 방(房)과 장(腸)을 차운했다. 시 내용도 뛰어나고, 상당한 실력이다. ‘은대’는 조선 시대 승정원의 별칭이다. 술을 매개로 부부간 은근한 정이 묻어나는 시이다.

필자가 젊은 시절 직장 생활할 때는 대개 남편 혼자 경제활동을 했다. 월급날이면 아내가 맛있는 안주를 준비해 기다렸다가 남편이 귀가하면 함께 술을 마셨다. 아내는 “돈 번다고 고생했어요”라면서, 남편 잔에 술을 채워주었다. 남편은 직장에서 있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얼큰해져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부부간에 술을 매개로 끈끈한 정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코로나19에다 경제적 어려움 등 세상 풍속이 많이 변해 다들 마음이 외롭다. 이럴 때일수록 부부간에 가끔 술도 함께하며 서로 위로하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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