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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5> 조선 중기 선비 최충성의 공부로 생긴 병

책 상자를 지고 마구 돌아다녔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1-01-05 19:40:55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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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負笈橫行·부급횡행

“계묘년(1483)에는 월출산으로, 갑진년(1484)에는 용암산으로, 을사년(1485)에는 한양의 삼각산과 백악, 송도의 천마산과 성거산으로, 병오년(1486)에는 서석산(무등산)으로, 정미년(1487)에는 두류산(지리산)으로, 스승을 찾고 벗을 좇아서 책 상자를 지고 마구 돌아다녔다. 여행의 상황이 매우 열악하여 산 기운은 상쾌하였지만 안개를 쐬고 바람을 맞아 한기와 습기가 거듭 몸에 쌓였다. … 잠시도 쉴 겨를이 없었기에, 이 때문에 기운이 빠지고 몸이 바짝 말랐으며 얼굴은 새카맣게 되었다….”

癸卯而月出, 甲辰而湧巖, 乙巳而漢都之三角 白嶽, 松都之天磨 聖居, 丙午而瑞石, 丁未而頭流, 尋師從友, 負笈橫行. 旅況殊惡, 山氣高爽, 觸霧犯風而寒濕積聚. …暫無休暇. 氣因困乏, 形容枯槁, 顔色黎黑 ….(계유이월출, 갑진이용암, 을사이한도지삼각 백악, 송도지천마성거, 병오이서석, 정미이두류, 심사종우, 부급횡행. 여황수악, 산기고상, 촉무범풍이한습적취. … 잠무휴가. 기인곤핍, 형용고고, 안색려흑 ….)

최충성(崔忠成 ·1458~1491)의 문집인 ‘산당집(山堂集)’에 실린 ‘증실기(蒸室記)’ 일부다. 그가 공부할 목적으로 사방으로 스승과 벗을 찾아다닌 등의 이유로 병이 들었다는 이야기이다. 머리 아프게 공부 이야기를 하느냐고 하겠지만 이런 사람이 있었다는 걸 말하기 위함이다. 사실 공부만큼 맑고 신선한 게 없지 않은가. 그는 전라도 나주 태생으로 세종 때 집현전 직제학을 지낸 최덕지의 손자다. 신진 사류로 김굉필 문하에 출입해 ‘소학’을 학문 근간으로 삼았다. 과거엔 붙지 못했고, 34세 아까운 나이에 절명했다. 산당은 산속 집이란 뜻으로 산사를 다니며 많이 공부했기에 스스로 호로 삼았다. 그는 열심히 읽었다. 졸음을 쫓으려 겨울에 불을 안 넣은 산속 방에서 책을 읽었다. 결국 병이 들고 중풍에 걸렸다. 치료하려고 증실(한증막)을 만들었으나 별 효험을 못 봤다. 이른 죽음이 너무 아쉽지만, 그처럼 공부에 열정을 바친 점은 높게 살 만하지 않은가! 젊은 사람이라면 뭔가에 목숨 바칠 만큼 열심히 할 필요가 있다. 성공하지 못한다 해도 청춘을 불살랐다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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