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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9> 언로(言路)에 대해 풍자한 우리 설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吾君耳如驢耳·오군이여려이)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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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12-15 18:39:42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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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제48대 경문대왕이 왕위에 올랐다. 왕의 귀가 갑자기 길어지더니 당나귀 귀 같았다. 왕후나 궁인은 모두 그 사실을 몰랐다. 오직 두건 만드는 장인 한 사람만이 그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만 그는 평생 남에게 발설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늙어) 죽게 되었을 때 도림사 대나무 숲속 아무도 없는 곳에 들어가 대나무를 향해 소리쳤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그 뒤 바람이 불면 대나무가 소리를 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왕이 이 소리를 듣기 싫어하자, 이에 대나무를 베어내고 산수유나무를 심었다. 바람이 불면 다만 소리가 ‘우리 임금님 귀는 길다’고 났다.

新羅 第四十八代 景文大王, 登位. 王耳忽長如驢耳. 王后及宮人, 皆未知. 唯幞頭匠一人知之. 然平生不向人說. 入道林寺竹林中無人處, 向竹唱云. 吾君耳如驢耳. 其後風吹, 則竹聲云. 吾君耳如驢耳. 王惡之, 乃伐竹而植山茱萸. 風吹則聲云. 吾君耳長. (신라 제48대 경문대왕, 등위. 왕이홀장여려이. 왕후급궁인, 개미지. 유복두장일인지지. 연평생불향인설. 입도림사죽림중무인처, 향죽창운. 오군이여려이. 기후풍취, 즉죽성운. 오군이여려이. 왕오지, 내벌죽이식산수유. 풍취즉성운. 오군이장.)

‘삼국유사’에 있는 설화이다. 막힌 언로(言路)를 풍자했다. 서양에도 비슷한 얘기가 있지만, 위 글은 엄연히 우리 고전 이야기다.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난다는 사실을 말한다. 설화에는 오랜 세월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지혜가 담겨있다. 우리 민족 세계관이 반영됐다. 역사나 사실 자체를 얘기한 것도 있지만, 교훈을 주는 내용이 많다. 건국설화 등도 그런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설화는 우리 조상의 숨결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재 세상은 다양하고 복잡하기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렇다 보니 민주주의 시스템 작동에도 오류가 생길 때가 있다. 아무리 그래도 억압받아서는 안 될 것이 헌법에 보장된 표현과 언론의 자유이다. 우리나라가 민주화되는 과정에서 이 자유가 탄압받기도 했다. 시대를 막론하고 위정자는 정권 유지를 위해 국민 언로를 막는 일이 종종 있었다. 지금은 이런 경우가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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