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4> 절명시로 일제에 항거한 매천 황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 어렵구나(難作人間識字人·난작인간식자인)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0-11-29 19:36:51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새와 짐승이 슬피 울고 바다와 산도 찡그리고(烏獸哀鳴海嶽嚬·조수애명해악빈)

무궁화 온 세상이 망하고 말았구나(槿花世界已沈淪·근화세계이침윤)

가을 등잔 아래 책 덮고 지난날 돌아보니(秋燈掩卷懷千古·추등엄권회천고)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 어렵구나(難作人間識字人·난작인간식자인)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 내각 총리대신 이완용과 일본 통감 데라우치가 체결한 ‘한일병합조약’이 공포돼 끝내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이른바 경술국치(庚戌國恥)다.

이에 현 전라남도 구례읍 광의면 수월리 월곡마을에 살던 시골 선비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은 절명시 4수를 남기고 자결했다. 꼿꼿한 선비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죽음으로 절의를 지키는 순절(殉節)뿐이었다. 선비는 당당히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시행에 나라가 무너진 현실 앞에 고뇌하는 지식인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황현의 ‘매천집’ 권5에 실린 ‘절명시(絶命詩)’ 중 한 수이다. 그는 56세에 생을 마감했다.

시인이자 역사가였던 그의 글과 행동은 일치했다. 시 2000여 수를 남겼고, 자신이 살았던 시대를 비판적으로 기록했다. 위정자의 무능과 의병 활약상을 기록한 ‘매천야록(梅泉野錄)’과 동학농민운동 전 과정을 기록한 ‘오하기문(梧下記聞)’을 보면 그렇다. 물론 나라를 잃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황현처럼 순절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일제강점기 나라를 되찾고자 초개(草芥)처럼 목숨을 버린 애국지사가 많았다. 황현의 그런 삶과 정신, 지사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나라가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구례 화엄사로 가는 길가에 황현이 공부하고 절명했던 매천사가 있다. 필자가 은거하고 있는 지리산 화개동 목압서사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다. 가끔 목압서사를 방문하는 지인들을 안내해 그곳을 둘러보며 설명해준다. 여하튼 황현의 삶과 글은 어떤 권력자의 그것들보다 세상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그는 가장 고귀한 삶의 전형을 보여준 것인지 모른다.

시인·고전인문학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2. 21246회 로또 1등 16명…당첨금 각 18억 8,103만 원씩
  3. 3‘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4. 4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5. 5[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6. 6[속보] 재커라이어, 나흘 만에 경질.. ‘역대 최단 기간’ 백악관 대변인
  7. 7[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8. 8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9. 9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10. 10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1. 1[속보] 추미애 '소방 재정 빨대' 발언 사과…“폄훼 의도 없어”
  2. 2李대통령, 부천 화재 순직 소방관 조문…“영원히 기억할 것”
  3. 3국힘, 秋 ‘재정 빨대’ 발언 사과에 “‘사과 바라시니까’…끝까지 오만”
  4. 4김민석, '재정 빨대' 발언 사과... "추미애에게도 사과 요청했다"
  5. 5[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6. 6[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8. 8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9. 9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10. 10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 1"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2. 21246회 로또 1등 16명…당첨금 각 18억 8,103만 원씩
  3. 3"통합 앞둔 발전5사, '8020억 자회사 부채' 승계계획 전무"
  4. 4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1.2원 ↓
  5. 5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6. 6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7. 7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8. 8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9. 9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10. 10‘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1. 1‘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2. 2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3. 3[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4. 4[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5. 5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6. 6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7. 7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8. 8광주서 승합차·시내버스·오토바이 추돌…2명 경상
  9. 9"뉴스거리 만들려 범행" 인천 흉기난동범 최충락 주거지 압수수색
  10. 10이태원 참사 유족, 4주기 앞두고 진상규명 촉구…"책임자 처벌" 외치기도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